“조약 조항 삭제, 아이들에 무슨 이익 있나”

• 교육 현장 갈등 번지는 ‘와이탕이 조약’ 논쟁

Nicola Willis said teaching te reo Māori was protected by law.

정부가 학교 운영위원회(Board of Trustees)의 ‘와이탕이 조약(Te Tiriti o Waitangi)’ 이행 의무를 삭제하기로 한 결정이 교육계와 정계 전반으로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재무장관 니콜라 윌리스(Nicola Willis)는 최근 라디오 뉴질랜드(RNZ) ‘Morning Report’ 정치 패널 토론에서, 해당 조항이 학생 성과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정부가 2020년에 조약 의무를 추가했지만, 그로 인해 마오리 학생들의 학습 결과가 실질적으로 개선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전임 정부가 추진한 조약 조항을 “실질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제스처(virtue signal)”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Labour's Carmel Sepuloni said the decision makes no sense.

이에 대해 노동당 부대표 카멜 세풀로니(Carmel Sepuloni)는 정부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맞섰다.

“정부는 이 조항이 교육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조약의 정신은 마오리 학생들이 겪는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꼭 필요한 원칙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뉴질랜드 교장연합회(Principals’ Federation) 회장 리앤 오테네(Leanne Otene)는 “조약 의무 삭제는 사회의 가치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일부 극단주의 단체들이 학교 현장에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언어와 역사를 가르치지 말라는 요구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마오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권리는 기본적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윌리스 장관은 “테 레오 마오리(te reo Māori, 마오리어) 교육은 이미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학교는 법적으로 마오리어 학습을 제공해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학교 운영위원회가 ‘해석하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보다 아이들의 읽기, 쓰기, 수학 능력 향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풀로니 의원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ACT당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라며 “또다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tail wagging the dog)”이라고 비판했다.

ACT당은 선거 전부터 조약 관련 조항의 “법적 모호성과 불필요한 정치화”를 이유로 폐지를 주장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조항 변경을 넘어, ‘뉴질랜드 교육이 어디로 향하느냐’는 가치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학교가 조약 정신을 얼마나 실천하느냐는 단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의 원칙을 어떻게 교육에 녹여내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약 조항이 사라져도 마오리어 교육이나 문화 다원성 교육이 즉시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법적 보호와 실제 현장의 실천은 다르다”며, 이번 결정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조용한 후퇴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질랜드 사회의 뿌리에 있는 와이탕이 조약은 단순한 역사적 문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정체성과 교육 철학의 근간이기도 하다.

조약의 ‘효과’가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가치를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와이탕이조약 #TeTiriti #뉴질랜드교육정책 #NicolaWillis #CarmelSepuloni #NZPolitics #MāoriEducation #다문화사회 #교민사회시사 #NZ학교정책 #ACT당 #교육현장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