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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타운’에서 다시 살아난 마을들

56분 전
3분 분량

비결은 충분한 주택 공급


 

  • Kaitangata의 50만 달러대 신축주택부터 Clutha의 지역 개발까지

  •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은 살 수 있는 집”

 

뉴질랜드의 많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Auckland와 Wellington 같은 대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더라도 주택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나면 실제로 남는 돈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주택 공급이 지역의 인구 증가를 따라가는 지방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임금 수준만 놓고 보면 대도시보다 낮더라도 주택을 훨씬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면, 주거비를 제외하고 실제 가계에 남는 소득은 오히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값싼 집이 많다고 지역사회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되고 춥고 습한 주택이 대부분이라면 새로운 주민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핵심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따뜻하고 건조하며 저렴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Kaitangata, ‘유령도시’에서 젊은 가족이 찾는 마을로

Otago의 작은 마을 Kaitangata는 주택 공급이 지역사회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지에서 ‘Kai’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Kaitangata는 과거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한때 마을 곳곳에 기반시설이 갖춰진 택지가 남아 있었지만 수요가 부족해 사실상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특히 택지 가격이 너무 낮아 오히려 은행에서 주택 건설을 위한 대출을 꺼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움직였다.

 

3대째 낙농업을 이어온 Evan Dick은 지역에 주택 한 채라도 더 짓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주민들을 모았다.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Joyce Beck과 법률사무소 직원 Liz Jenkinson 등이 함께 참여하면서 지역 주택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들의 방식은 대규모 개발업체가 주도하는 방식과 달랐다.

 

지역 배관공, 전기공, 건설업자, 측량사 등을 찾아가 일반적인 대도시 수준의 가격이 아니라 ‘Kai Rules price’, 즉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되 과도한 도시 가격은 받지 않는 방식으로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사업이 지속될 경우 꾸준한 일감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지역 사업자들의 위험을 줄여주면서 주택 건설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50만 달러대 신축주택…젊은 주민들이 돌아왔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졌다.


 

당초 Joyce Beck은 단 6채의 주택을 짓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약 30채의 주택이 건설됐고, 지역의 택지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지역 학교 학생 수 역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현지에서 만난 20대의 간호사 Amber와 전기선로 기술자 Kobe 부부는 약 2년 전 Kaitangata에서 50만 달러를 조금 넘는 가격으로 토지와 신축주택을 함께 구입했다.

 

대도시에서라면 같은 가격으로 신축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됐다.


 

두 사람은 과도한 모기지 부담에 시달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주말에는 네트볼과 크리켓을 즐기며 지역사회 활동에도 참여한다.

 

주택 한 채가 단순한 건물을 넘어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된 셈이다.

 

Clutha 지역도 같은 모델 추진

Kaitangata의 사례를 지켜본 Clutha District Council은 이 모델을 Balclutha와 Milton 등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려 하고 있다.

 

소규모 지방도시에서는 주택 개발 자체가 쉽지 않다.


 

택지 가격이 5만~6만 달러 수준으로 낮더라도 상하수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은 Auckland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Clutha District Council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산림지역이었던 자체 토지를 활용해 택지를 조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방정부가 직접 주택 개발의 초기 장애물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현재 Clutha 지역의 주택 건설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방정부는 지역사회의 접착제”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지방정부가 규제와 인허가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지역 내 가장 큰 조직이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할 수 있는 핵심 기관이 될 수 있다.

 

Clutha 지역의 Jock Martin 시장은 지방정부를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접착제”​라고 표현한다.


 

지역 주민과 사업자, 개발업체, 금융기관 등을 연결하고 필요한 사업을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 지방정부라는 것이다.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지방정부의 비용을 줄이고 지방정부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주택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지방도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주택 공급 시점이다.

 

사람들이 먼저 몰려온 뒤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지방도시 역시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Rotorua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지역에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나더라도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결국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상승하고, 지역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방의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를 추진할 때는 일자리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택과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 사람 → 주택’ 선순환 만들어야

Clutha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주택 공급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주택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들어온다. 사람이 늘어나면 지역 상점과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지역 기업들은 새로운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다시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처럼 주택 → 인구 → 일자리 → 추가 주택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높은 주거비가 인구 유입을 막고,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며 지역경제가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지방도시의 주택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인구정책, 인프라 정책이 함께 연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Kaitangata의 사례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비교적 단순하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집을 충분히 공급하고, 지역 주민들이 그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우면 쇠퇴하던 지역사회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주택정책에서 주택을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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