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결국 불가피”
외교장관 마지막 연설서 입장 밝혀

뉴질랜드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와 관련해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외교장관이 결국 국가 인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즉각적인 인정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측의 선거와 통치체제 구축 등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터스 장관은 9월 21일 의회에서 열린 뉴질랜드국제문제연구소(New Zealand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연설에서 현 정부에서 외교장관으로서 마지막 연설을 했다. 그는 2025년 뉴질랜드가 당시 다수의 유엔 회원국들과 달리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뉴질랜드가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펼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RNZ의 Morning Report와의 인터뷰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해 “언제(when)의 문제이지, 할 것인가 말 것인가(if)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기존 정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뉴질랜드 외교통상부 역시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장기적으로 ‘언제의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선거가 중요한 진전”
피터스 장관은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lestinian Authority) 외무장관과 통화했다며, 그 자리에서 팔레스타인 측에 선거를 언제 실시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측으로부터 선거가 “매우, 매우 곧” 실시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피터스 장관은 제대로 실시된 선거를 통해 정당한 정부가 구성된다면 뉴질랜드가 국가 인정을 검토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5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당장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부는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체제와 팔레스타인 국가의 실행 가능성 및 정당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뉴질랜드 정부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위해 효과적인 통치와 제도 구축,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국가 형성을 위한 진전 등을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뉴질랜드와 팔레스타인 측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도 뉴질랜드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자결권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2025년에는 즉각적인 국가 인정 거부
뉴질랜드는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당장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피터스 장관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사실상 통치세력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향후 팔레스타인 국가의 모습과 통치체제에 대한 중요한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시 시점에서 국가 인정을 발표하는 것은 신중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민의 자결권과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가 제시한 향후 판단 기준에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통치 및 제도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문제, 폭력과 테러의 포기 등이 포함됐다. 또한 뉴질랜드는 이스라엘에도 두 국가 해법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 왔다.
“독립적인 외교정책은 한 방향일 수 없어”
피터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외에도 뉴질랜드의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뉴질랜드의 독립적인 외교정책(independent foreign policy)이 특정 국가에 반대하는 것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과 의견이 다를 때만 독립적인 외교정책이라고 평가하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뉴질랜드의 외교정책은 어느 한 방향만을 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터스 장관은 뉴질랜드의 비핵화 정책과 2003년 이라크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국가의 독립적인 외교정책이 뉴질랜드의 국제적 영향력과 선택의 폭을 실제로 얼마나 확대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가 외교정책을 통해 확보해야 할 핵심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행동의 자율성(agency)’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도 직접 입장 전달했다고 밝혀
피터스 장관은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를 선호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뉴질랜드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몇 달 전 중국 외교부장 왕이(Wang Yi)와 만났을 때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활동과 태평양 지역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시험 등에 대해 뉴질랜드의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는 뉴질랜드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강대국 가운데 어느 한쪽에만 외교적 메시지를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여러 국가에 직접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의 외교를 추구한다는 자신의 설명과 연결된다.
“1945년 이후 가장 어려운 국제환경”
피터스 장관은 현재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재 국제사회가 1945년 이후 가장 어려운 국제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veto)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유엔이 국제적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유엔을 “약화된 상태에서 간신히 기능하고 있는 조직”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임기 동안 44차례 해외 방문
피터스 장관은 이번 임기 동안 적극적인 해외 외교활동을 펼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임기 중 44차례 해외 방문을 했으며 총 248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이는 전체 정치 임기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 또한 다른 나라 외교장관들과 279차례 회담 및 면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외교장관이 국제사회에서 뉴질랜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교관 네트워크에 대한 만성적인 투자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스 장관은 외교의 핵심은 대화라고 강조하면서, 뉴질랜드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뿐 아니라 의견이 다른 국가와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해를 통해 기회가 생기고, 외교를 통해 타협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거 이후 다시 외교장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피터스 장관은 오는 11월 7일 총선을 앞두고 이번 연설을 했다. 그는 향후 총선에서 정부에 다시 참여하게 될 경우 네 번째 외교장관 임기를 맡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피터스 장관의 향후 역할과 뉴질랜드의 외교정책 방향은 선거 결과와 차기 정부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에서 뉴질랜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인정 여부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라는 것이다. 향후 팔레스타인 측의 선거와 통치체제 구축, 가자지구의 통치 문제, 하마스의 무장 문제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협상 진전 등이 뉴질랜드의 실제 인정 시점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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