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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를 떠나는 이유”…공항서 만난 ‘디치족’의 진짜 사연


2025년, 뉴질랜드 공항 출국장은 여전히 붐빈다.


‘호주와의 소득 격차를 좁히겠다’던 2008년 존 키 전 총리의 약속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3만 명의 뉴질랜드인이 호주로 떠났다. 더 나은 일자리, 더 높은 임금, 더 나은 삶을 찾아서다.

통계는 냉정하다. 지난해 3만 명의 뉴질랜드인이 호주로 떠나, 2012년 이후 최대 순이민 손실을 기록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지금 이 시점에,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을까.


“광산에서 희망을 찾는다” — 직업의 벽, 임금의 현실

35세의 셰인 앰너(Shayne Amner)는 최근 가족을 뒤로하고 서호주 퍼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년 넘게 경찰관으로 근무했지만, 연봉은 10만 달러를 넘지 못했다. 반면 호주의 광산에서는 21세 청년이 13만 달러를 번다는 소식이 그를 움직였다.



“20년 동안 한 번도 백수였던 적이 없었어요. 이번엔 모험이죠.” 그는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노력한 만큼의 기회를 얻고 싶다”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이 있는 병원” — 의료인의 탈출

10년차 응급실 간호사 캐롤라인 웹(Caroline Webb) 역시 짐을 쌌다. 뉴질랜드에서는 네 번의 지원 끝에도 면접 한 번 받지 못했지만, 태즈메이니아에서는 바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녀가 가장 기대하는 건 ‘점심시간’이다. “호주 병원은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정해져 있어요. 환자 안전도 높고, 일하는 사람도 숨을 돌릴 수 있죠.”



“손주를 보기 위해 떠난다” — 세대의 이주

아이반과 브론윈 브라티나 부부는 와이라라파에서 세 해를 보낸 뒤, 다시 골드코스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손주 다섯 명이 모두 호주에서 태어나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날씨도 좋고, 가족도 있고. 선택은 명확했어요.”


“잠든 도시를 떠나 깨 있는 도시로”

한편, 마케팅 매니저인 삿(Sach)은 멜버른행 비행기에 오르며 “웰링턴은 너무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좋은 도시였지만, 레스토랑이 문을 닫고, 밤의 불빛이 하나둘 사라졌어요. 멜버른은 아직 살아있어요.”


“돌아올 생각이 없다” — 이민의 패턴이 바뀐다

이민 컨설턴트 마크 버거(Mark Berger)는 요즘 이민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엔 ‘경험 삼아’ 갔다가 돌아왔지만, 이제는 집을 팔고, 키위세이버(KiwiSaver)까지 호주로 옮기며 완전히 정착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60만 명의 ‘호주 속 키위들’

현재 약 60만 명의 뉴질랜드 출신 시민이 호주에 살고 있으며, 여기에 해외에서 태어난 뉴질랜드 여권 소지자 약 10만 명이 더해진다.


오클랜드대 프랜시스 콜린스 교수는 “가족과 친구, 사회적 연결망이 이미 형성된 곳으로 이주가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로 인해 이동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소득 격차 해소’의 꿈은 어디로

존 키 전 총리는 2008년 “2025년까지 호주와의 소득 격차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호주인의 소득은 키위보다 32% 높았다. 16년이 지난 지금, 그 격차는 24%로 줄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 마이클 레델은 “수치상으로는 좁혀졌지만, 생산성은 여전히 정체되어 있다”며 “지속적 진전이라 부를 만한 성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는 생산성이 높은 나라는 아니지만, 뉴질랜드는 그보다도 약간 뒤처진 상태”라며 인구 증가율 조절과 이민 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생산성이 답이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말을 인용하며 레델은 이렇게 말했다.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의 전부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정책 통합과 장기 전략, 특히 교육·주택·이민·산업 전반의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며 “단기 해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떠나는 자의 마음, 남는 자의 고민”

지금 웰링턴과 오클랜드의 공항 출국장은 하나의 상징처럼 보인다. 떠나는 이들은 두려움보다 확신이 더 크다. 남는 이들은 언젠가 그 확신이 다시 ‘돌아올 이유’로 바뀌기를 바란다.


한편 전 생산성위원회 의장 가네시 나나는 “소득 격차 해소는 단기 해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주택, 교육, 기후 대응, 마오리 경제 등 다양한 부문이 통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웰링턴 공항의 출국 게이트는 오늘도 분주하다. 떠나는 사람들은 불안 대신 확신을 품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묻는다. “우리가 만든 이 나라가, 왜 사람들을 붙잡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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