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일하는 사람까지 덮쳤다"
- WeeklyKorea
-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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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47만3천 명, 생활고 확산
국민 10명 중 1명 상대적 빈곤
식비 24% 급등·월세는 소득의 40%
복지단체 "현 제도로는 빈곤 탈출 어렵다"
뉴질랜드에서 약 47만3,000명이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는 '물질적 빈곤(Material Hardship)'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크라이스트처치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또 국민의 10.2%는 상대적 소득 빈곤(Relative Income Poverty)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단체들은 식료품과 전기요금, 임대료가 급등하는 동안 복지수당과 저소득층의 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실업급여 수급자의 근로소득 허용 한도를 현재 주당 160달러에서 350달러로 상향하고, 식료품 GST(부가가치세) 환급과 복지수당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뉴질랜드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NZCCSS)가 발표한 것으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저소득층뿐 아니라 일하는 가정과 노년층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라이스트처치 인구만큼 생활고"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47만3,000명이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물질적 빈곤 상태에 있다. 또 국민의 10.2%는 중위소득에 비해 소득이 크게 낮은 상대적 빈곤 상태로 분류됐다.
복지단체들은 빈곤이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식비는 24% 뛰고 전기료도 급등
NZCCSS의 최고경영자 앨리샤 서든(Alicia Sudden)은 최근 생활비 상승이 저소득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4인 가족의 식료품 비용은 2021년 이후 24% 상승했고, 전기요금은 지난 1년 동안 12% 올랐다. 여기에 임차 가구는 소득의 약 40%를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10만 명은 전기나 수도 등 공공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는 진료비 부담 때문에 GP(가정의) 진료조차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 3명 가운데 1명은 식량 불안(Food Insecurity)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드뱅크 이용 계속 증가
구세군(Salvation Army)도 식량 지원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구세군 연구에 따르면 현재 식량 지원 요청은 코로나19 이전보다 50%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만 9만 개의 식료품 꾸러미(Food Parcels)가 제공됐으며, 이는 전년보다 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식량 지원을 받는 사람 가운데 약 10%는 직장을 가진 근로자였다.
즉, 일을 하고 있어도 임금만으로는 가족의 식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워킹 푸어(Working Poor)'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노년층도 빈곤 증가
보고서는 노년층의 생활고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16.8%가 상대적 소득 빈곤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6월 기준 65세 이상 주택 대기자 수는 5년 전보다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물론 일부 고령층은 자가주택이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소득만으로 생활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가운데 4명 중 1명 이상은 계속 일을 하고 있었고, 그중 29%는 생계 때문에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은퇴 이후에도 경제적 이유로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고령층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마오리·태평양계와 장애인은 더 어려워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했다. 보고서는 마오리 가구의 51%, 태평양계(Pacific) 가구의 60% 이상이 중간 이상의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의 절반 이상은 생활필수품을 구입하기에 충분하지 않거나 겨우 충당할 정도의 소득만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보다 벌금이 많아선 안 된다"
보고서는 현재 복지제도의 구조적 개선도 요구했다. 현재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은 주당 가구소득이 기준보다 160달러를 넘으면 복지급여가 사라진다.

NZCCSS는 이 기준을 350달러까지 올리고, 부부의 경우에는 더 높은 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었을 때 급여가 줄어드는 비율(Abatement Rate)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단체들은 이러한 제도가 있어야 수급자들이 일을 시작해도 급여가 급격히 줄지 않아 노동시장 진입이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GST 환급 제도를 도입하고 복지수당 자체도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번의 위기가 빈곤으로 이어진다"
경제학자 샤무빌 에아쿱(Shamubeel Eaqub)은 빈곤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보는 시각은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당시 노동시장이 활황이었을 때는 적절한 지원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복지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침체기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데도 제재와 규제만 강화해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뉴질랜드는 세계적인 식량 생산국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푸드뱅크에 의존하는 현실은 농업 문제가 아니라 사회안전망과 공공정책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제는 중산층도 위험"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생활고가 점차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에는 저소득층이 주된 지원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가정도 갑작스러운 차량 수리비나 의료비, 전기요금 인상 같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면 곧바로 재정난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여유자금 없이 생활하는 가정이 많아 작은 충격에도 가계가 쉽게 흔들리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교민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이번 보고서는 뉴질랜드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최근 지표와는 달리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많은 가정의 현실적인 고민임을 보여준다.
특히 식료품과 임대료, 공공요금 상승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직장인과 은퇴자, 자영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민 사회에서도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복지정책 변화와 생활비 지원 대책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빈곤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을 해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과 복지체계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뉴질랜드가 경제 회복과 함께 사회안전망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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