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범죄 사건’ 부실 수사 논란 재점화
"유망 선수 보호가 피해자보다 우선됐다"

15년 만에 성폭행 사건 재수사 착수, 당시 담당 형사는 별도 조사
경찰이 한 유망 스포츠 선수와 관련된 성범죄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보다 선수의 미래가 우선시됐다는 내부 조사 결과가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 내부 검토에 따르면 2011년 진행된 해당 사건 수사는 "부실한 수사(Poor Investigation)"였으며, 피해 여성의 진술을 "경청하지 않았고 믿어주지도 않았다"고 평가됐다. 검토 보고서는 당시 수사관이 해당 선수의 유망한 스포츠 경력을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객관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2010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5세였던 피해 여성은 친구들과 파티에 참석한 뒤 다음 날 아침 자신이 알몸 상태로 20세 남성 옆에서 깨어났다고 진술했다.
이후 한 스포츠 선수로부터 전날 성관계가 있었으니 응급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당시 그녀는 성관계를 했다는 기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기소하지 않았고 사건은 종결됐다. 이후 피해자는 2025년 재검토를 요청했고, 경찰의 독립적 검토 과정에서 다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스콧 앤더슨 경감은 수사 초기부터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의 정식 진술을 확보하기도 전에 용의자 조사부터 진행됐으며, 중요한 사실 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선수는 피해자가 자신의 여동생과 같은 16세라고 믿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여동생 역시 당시 15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토 보고서는 이 사실만으로도 해당 변명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당시 수사관은 보고서에서 해당 선수가 "프로 운동선수로서 유망한 경력을 앞두고 있다"고 언급하며 기소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반면 내부 검토는 "선수의 경력이 피해자와 범죄 혐의보다 우선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찰은 현재 다른 지역의 독립 수사팀을 구성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으며,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전직 형사도 별도의 조사 대상이 됐다. 경찰은 원래 수사 파일 관리 과정에서 "우려스러운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RNZ와의 인터뷰에서 "반평생 동안 내가 겪은 일이 경찰이 움직일 만큼 심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분노와 상처를 느낀다"고 말했다.

왜 이번 사건이 중요한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성범죄 재수사를 넘어 뉴질랜드 경찰의 성범죄 수사 관행과 피해자 보호 체계에 대한 신뢰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뉴질랜드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찰 대응 과정에서 2차 피해를 경험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경찰은 피해자 중심(Victim-Centred) 수사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과거 일부 수사에서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경찰 내부 검토 보고서가 "용의자가 법적으로 책임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음에도 당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재수사 결과와 독립 경찰감독기구(IPCA)의 추가 검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당 스포츠 선수의 신원은 법원의 가처분 명령에 따라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그는 경찰의 재수사 과정을 신뢰한다는 짧은 입장만 밝힌 상태다.

한인사회가 주목할 점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성범죄 사건에서 초기 수사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고, 증거 확보와 사실 확인을 객관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사건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재수사는 뉴질랜드 사법 시스템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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