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노부부 트럭 추돌 사망 사고…검시관 '페달 오조작'


  • “1년 후 재검진” 적었지만 면허는 2년 연장

  • 고령 운전자 부부 사망 후 NZTA에 제도 개선 권고

 

오클랜드 서부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80대 부부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검시관이 고령 운전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의사가 재검진을 권고한 경우 교통청(NZTA)이 의사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고로 숨진 피터 필드(Peter Field)는 당시 83세였으며, 의사는 운전 적합성 평가에서 그의 상태를 ‘경계선(borderline)’​으로 판단하고 1년 후 재검진을 권고했다. 그러나 NZTA는 면허를 2년간 갱신했다.

 

검시관 에린 울리(Erin Woolley)는 의사의 진단서에 구체적인 제한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적합성에 우려가 표시된 경우 NZTA가 해당 의사에게 직접 연락해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럭을 보고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 밟아

사고는 2023년 3월 13일 오후 오클랜드 서부 웨스트게이트 인근 Fred Taylor Drive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터 필드와 그의 아내 아일린 필드(Eileen Field)는 Toyota Aqua를 타고 Fred Taylor Drive를 주행하고 있었다. 이 도로는 당시 제한속도가 시속 80km인 교외형 도로였다.

 

같은 시각 대형 트럭과 트레일러를 운전하던 운전자는 Dunlop Road에서 Fred Taylor Drive로 우회전하기 위해 대기하다가 부부의 차량 앞쪽으로 진입했다.


 

필드의 차량은 트럭 후미와 충돌했다.

피터 필드는 심각한 흉부 외상으로 현장에서 사망했고, 아내 아일린은 여러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몇 시간 뒤 숨졌다.

 

사고 이후 경찰 중대사고수사팀(Serious Crash Unit)은 뒤따르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피터 필드는 충돌 직전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아니라 가속 페달을 밟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차량이 기존 속도를 그대로 유지했더라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봤지만, 피터 필드가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복용 약물과 이전 운전 사고도 조사 대상

경찰 조사에서는 피터 필드가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가족들은 이전에도 그의 운전 능력에 대해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시관의 조사 기록에 따르면, 피터 필드는 과거 자신의 차고에서 거리를 잘못 판단하고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고를 일으켜 벽을 들이받은 적이 있었다.


 

가족들은 이 문제를 놓고 피터 필드가 계속 운전을 해도 되는지 논의했지만, 그의 자존심이 강한 성격 때문에 운전 중단 문제를 직접적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문제에서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반응 속도와 판단력, 약물 복용, 이전의 운전 실수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의사 “경계선 상태… 1년 후 재검진”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피터 필드의 면허 갱신 과정이었다.


 

그는 2021년 7월 운전 적합성 검사를 위해 의사를 찾았다.

 

당시 의사는 그의 운전 적합성 상태를 ‘경계선’​이라고 평가했다.

 

NZTA에 제출된 의료진 진단서에서 의사는 면허와 관련된 조건을 권고하는 항목에 표시한 뒤 “Review 1 year”, 즉 1년 후 재검토​라는 내용을 적었다.

 

그러나 NZTA는 이 내용을 구체적인 의학적 제한 조건이나 건강상 우려로 판단하지 않았다.

 

결국 추가적인 확인 절차 없이 피터 필드의 운전면허는 2년간 갱신됐다.


 

검시관은 의사가 작성한 ‘1년 후 재검토’라는 문구가 명백히 피터 필드의 운전 능력을 1년 뒤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NZTA “구체적인 우려 사항 없으면 의사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NZTA는 검시관 조사 과정에서, 의료진이 특정 질환이나 구체적인 제한 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사에게 추가로 연락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NZTA는 매년 매우 많은 수의 의료진 진단서를 검토해야 하며, 운전을 계속할 경우 건강상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환자가 있을 때 의료진이 이를 NZTA에 알릴 의무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검시관은 이러한 설명에도 우려를 거두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의사가 ‘1년 후 재검진’과 같은 문구를 적었음에도 구체적인 질환이나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시관 울리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NZTA가 의료진에게 직접 연락해 운전자의 건강 상태와 면허 재검토 필요성을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의사들에게도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적합성을 평가할 때 우려 사항과 제한 조건을 의료진 진단서에 보다 명확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럭 운전자는 무죄… 도로 설계 문제도 지적

이 사고와 관련해 트럭 운전자인 아르빈드 샤르마(Arvind Sharma)는 사망을 초래한 부주의 운전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지난해 3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경찰 조사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Fred Taylor Drive의 도로 구조 역시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검토됐다.


 

당시 Auckland Transport는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를 낮추고, 도로를 확장하며, 교차로에 신호등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Auckland Transport는 Fred Taylor Drive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추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임시 속도 제한도 이미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또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다음 단계는 토지 매입 절차 등을 거쳐 2027년 중반 재개될 예정이다.


 

고령 운전,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 능력 평가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고령 운전자의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문제를 넘어, 운전 능력에 대한 재평가 시스템이 실제 위험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고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고령이라고 해서 모두 운전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 상태와 인지 능력, 반응 속도 등 개인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운전 능력을 ‘경계선’으로 판단하고 재검진을 권고했음에도 행정 절차상 충분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제도적 허점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검시관 권고의 핵심이다.

 

특히 가족이 고령의 부모나 친척의 운전 능력 저하를 우려하면서도 운전 중단 문제를 꺼내기 어려워하는 현실 역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의료진과 NZTA,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운전 능력에 대한 우려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83세의 피터 필드와 그의 아내 아일린 필드가 목숨을 잃은 사고는 결국 한 개인의 운전 실수와 도로 환경, 그리고 면허 갱신 과정의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됐다.

 

검시관의 권고가 앞으로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댓글


더 이상 게시물에 대한 댓글 기능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사이트 소유자에게 문의하세요.
sph.gif
멜리사리.jpg
세계한인언론인협회.jpg
기사배너광고모집_490x106.png
뉴스코리아-배너.jpg
거복식품-001.jpg
GLI오른쪽.jp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