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끝에 생 마감한 47세 여성, 복지·주거 시스템에 남긴 질문
- WeeklyKorea
-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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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는 내 무덤이었다"

신장 이식 환자였던 여성, 노숙 생활 2년 만에 감염으로 사망
어머니 "딸은 노숙 상태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노숙 때문에 죽었다"
정부 지원·응급주거·키위세이버 인출 거부 등 제도적 허점 논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약 2년간 노숙 생활을 이어오던 케이틀린 맥도널드(Caitlin McDonald·47) 씨가 지난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뉴질랜드의 주거·복지·의료 시스템이 한 사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RNZ의 장기 취재에 따르면 케이틀린 씨는 생전 수백 편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노숙 생활을 기록하며 자신의 삶을 세상에 남겼다.
그녀는 한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내 무덤이다."
실제로 그로부터 약 1년 뒤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신장 이식 후 새로운 삶… 그러나 노숙으로 무너진 일상
칠레 출신이 아닌 뉴질랜드 웰링턴 출신인 케이틀린 씨는 2016년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장기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했으며, 이 때문에 감염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였다.
2022년 웰링턴에서 퇴거 조치를 당한 뒤 더 저렴한 주거를 기대하며 크라이스트처치로 이주했지만, 다시 주거를 잃으면서 노숙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정신건강 악화와 병원 입원, 경찰 출동, 응급숙소 이동, 거리 생활이 반복됐다.

"유튜브가 내 비상연락처"
케이틀린 씨는 노숙 생활을 하며 460편이 넘는 유튜브 영상을 남겼다.
공원과 버스정류장, 교회 묘지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부터 응급숙소를 전전하는 현실까지 자신의 일상을 직접 기록했다.
집을 잃기 직전인 2023년에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언젠가 내가 죽은 뒤 누군가 이 영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사람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유튜브가 나의 비상연락처다."
라고 말하며 깊은 외로움을 드러냈다.
"딸은 노숙 때문에 죽었다"
2025년 5월, 케이틀린 씨는 지인의 집 소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면역억제 상태에서 발생한 호흡기 감염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웬디 프로핏(Wendy Proffitt) 씨는 단순한 자연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케이틀린은 노숙 중에 죽은 것이 아니라, 노숙 때문에 죽었습니다."
담당 신장 전문의였던 머레이 레이키스(Murray Leikis) 박사도 보고서를 통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안정적인 주거와 적절한 사회복지 지원이 있었다면 케이틀린 씨는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응급주거·키위세이버 모두 벽에 막혀
케이틀린 씨는 생전 응급주거(Emergency Housing)를 신청했지만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말기 상태를 이유로 키위세이버(KiwiSaver) 약 4만8천 달러를 조기 인출해 집을 구하고 치료비로 사용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심사기관인 퍼블릭 트러스트(Public Trust)는 당시 제출된 서류만으로는 말기 질환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RNZ 취재 이후 의료진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았던 점을 인정하며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고, 현재는 심사 절차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어머니 "기관들은 딸의 개인정보는 지켰지만 생명은 지키지 못했다"
현재 어머니는 사회개발부(MSD), 주택부, 퍼블릭 트러스트 등을 상대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진상 규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웬디 씨는 강하게 비판했다.
"딸의 개인정보는 보호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딸의 생명은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정부가 2024년 응급주거 지원 기준을 강화한 것이 딸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노숙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노숙 지원 확대"
정부는 향후 1년간 1,45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해 오클랜드와 해밀턴,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등에서 노숙인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300가구 규모의 Housing First 사회주택 추가 공급 ▲임시주거 지원 확대 ▲노숙인 지원 지역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674가구가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했고, 177명이 임시주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에 남긴 메시지
케이틀린 씨는 생의 마지막까지도 거리에서 마주한 작은 풍경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았다.
황금빛 낙엽과 새벽 안개, 꽃과 나비를 바라보며 삶을 기록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노숙, 정신건강, 의료, 복지, 주거 정책이 서로 맞물린 사회적 과제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교민들이 알아둘 점
이번 사례는 뉴질랜드의 공공의료와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음에도, 정신건강과 만성질환, 주거 불안이 동시에 겹칠 경우 제도 사이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뉴질랜드 정부는 노숙인 지원 예산과 주거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응급주거 지원 기준과 복지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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