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에게 연 1만9,400달러”
- WeeklyKorea
- 10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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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튜니티당의 ‘국민소득·토지세’는 무엇인가

정치권에서 오퍼튜니티당(The Opportunity Party, TOP)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이 당이 내세운 파격적인 세금 개편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퍼튜니티당은 모든 18세 이상 국민과 거주자에게 연간 1만9,400달러의 ‘국민소득(Citizen’s Income)’을 지급하고, 이를 재원으로 기존 복지제도를 대폭 바꾸는 한편 토지 가치에 매기는 토지세(Land Value Tax)를 도입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당은 이 같은 세제 개편을 통해 저소득층을 포함한 뉴질랜드 국민 상당수가 오히려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당과 노동당은 모두 오퍼튜니티당의 토지세와 국민소득 구상을 지지하지 않고 있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선거 이후 연립정부 협상에 달려 있다.
오퍼튜니티당의 핵심 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국민소득’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기본 개념은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과 같다. 18세 이상 모든 국민과 거주자에게 소득이나 고용 상태, 가족관계와 관계없이 매년 1만9,4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지급은 2주마다 이뤄지며 세금도 부과하지 않는다. 현재 실업급여 수준을 기준으로 책정됐다는 것이 오퍼튜니티당의 설명이다.
대신 현재의 실업급여(Jobseeker Support), 한부모 지원금(Sole Parent Support), 학생수당(Student Allowance), 지원생활수당(Supported Living Payment) 등 일부 기존 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소득으로 통합한다.

오퍼튜니티당은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복지 신청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소득이나 가족관계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정부기관의 심사를 받지 않고도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소득을 지급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오퍼튜니티당은 이를 위해 소득세 체계를 크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현재 뉴질랜드의 개인소득세 최저세율은 연소득 1만5,600달러까지 10.5%, 1만5,601~5만3,500달러 구간은 17.5%다. 그러나 오퍼튜니티당의 구상에서는 5만 달러까지 28%의 세율이 적용된다.

겉으로 보면 상당한 증세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퍼튜니티당은 모든 성인이 1만9,400달러의 국민소득을 받기 때문에 실제 가처분소득을 따지면 저소득층과 중산층 상당수가 더 유리해진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현재 연봉 6만 달러인 근로자는 약 1만1,000달러의 소득세를 낸다. 새로운 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은 약 1만7,400달러로 늘어나지만, 동시에 1만9,400달러의 국민소득을 받게 된다. 오퍼튜니티당의 계산대로라면 현재보다 약 1만3,000달러 정도 더 많은 소득을 확보하게 된다.
연소득 12만 달러인 경우에도 국민소득을 포함하면 현재보다 약 1만1,600달러가량 유리해진다는 것이 당의 설명이다. 다만 소득이 높아질수록 국민소득의 상대적인 효과는 줄어든다.

여기에 오퍼튜니티당이 핵심 재원으로 제시하는 것이 토지 가치세다.
도시 지역의 토지에는 토지 가치의 연 1.75%, 농촌 지역 토지에는 0.5%의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중요한 점은 집이나 건물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그 땅의 가치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오퍼튜니티당은 현재의 세금 체계가 오래됐으며,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면 근로소득과 생산활동에 대한 세금 부담을 낮추면서 주택 가격에도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토지는 공급량을 쉽게 늘릴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토지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토지 자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소득에 세금을 매기면 사람들이 일을 덜 할 수 있고, 건물에 세금을 매기면 건설이나 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토지세를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의 논리다.

토지 가치세가 도입되면 주택 소유자에게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토지 가치가 높은 지역에 큰 토지를 보유한 사람일수록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오퍼튜니티당은 이를 감안해 농부나 은퇴자처럼 ‘땅은 많지만 현금 소득은 적은 사람들(land rich, cash poor)’을 위한 면제나 납부 유예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치울레이 웡(Qiulae Wong)은 전체 세금 정책을 적용하면 약 70%의 뉴질랜드 국민이 경제적으로 더 나아지고, 약 20%는 큰 변화가 없으며, 약 10%만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KiwiSaver다. 오퍼튜니티당은 직원과 고용주의 의무 KiwiSaver 납입률을 장기적으로 각각 6%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약 1조 달러 규모의 자본을 조성하고, 국가 인프라와 경제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토지세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덴마크는 오랫동안 토지 가치에 세금을 부과해왔고, 대만도 토지와 건물에 대한 과세를 구분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역시 1990년대부터 토지세를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오랫동안 종합적인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로 시행되지는 않았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노동당은 주거용·상업용 부동산 등에 28%의 자본이득세를 도입하겠다는 별도의 계획을 내놨다. 다만 가족 주택, 농장, KiwiSaver, 주식, 사업자산, 상속재산과 개인 물품 등은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당의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노동당의 자본이득세 구상을 강하게 비판했고, 오퍼튜니티당의 세금 정책에 대해서도 거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럭슨 총리는 국민당이 오퍼튜니티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일 자체를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당의 크리스 힙킨스 대표 역시 오퍼튜니티당의 토지세와 부유세 등을 지지하지 않으며, 노동당이 추진할 세금 개혁은 자본이득세에 한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따라서 오퍼튜니티당의 정책이 실제 시행될지는 상당 부분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설령 오퍼튜니티당이 의회에 진입하고 연립정부 구성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국민당과 노동당이 현재처럼 협력을 거부한다면 핵심 세금 정책을 그대로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선거 결과에 따라 소수 정당이 정부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연립 협상 과정에서 세금·주택·복지 정책의 일부가 거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퍼튜니티당의 구상은 단순한 ‘세금 인상’이나 ‘현금 지급’ 정책으로만 볼 수 없다. 소득에 대한 과세를 높이는 대신 모든 성인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고, 토지에 더 큰 세금을 부과해 세금의 중심을 근로소득에서 토지로 옮기겠다는 전면적인 세제 개편에 가깝다.
이 때문에 핵심 쟁점은 국민소득 1만9,400달러 자체보다도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누가 얼마나 더 부담하게 되는지에 있다. 특히 주택과 토지를 보유한 가구에는 토지 가치에 따라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주택 가격과 임대시장, 농업용 토지, 투자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오퍼튜니티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수 국민의 실질적인 세금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될지, 아니면 토지 소유자와 고소득층에 새로운 부담을 집중시키는 대규모 세제 개편이 될지는 결국 구체적인 세율과 면제·유예 기준, 그리고 선거 이후의 연립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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