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여성 “도와주러 온 경찰이 돈을 빼갔다”
6만8000달러 훔친 전직 경찰관 이름 공개

취약한 70대 여성에게 접근해 현금·온라인 송금
전직 경찰관 Haimona Tamati-Te Paki, 11개월 가택구금
취약한 70대 여성을 돕기 위해 배정된 뉴질랜드 경찰관이 피해자의 은행 계좌에서 총 6만8,000달러를 빼돌린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공개가 제한됐던 전직 경찰관의 이름이 공개됐다.
NZME 보도에 따르면 해당 경찰관은 Haimona Keelim Tamati-Te Paki로, 당시 Ngāruawāhia에 근무하며 지역사회 연계 업무를 담당하던 경찰관이었다.
Tamati-Te Paki는 피해 여성에게 접근해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재정 상황을 알게 된 뒤 현금과 온라인 송금을 통해 돈을 빼돌렸다.
그는 지난 3월 Hamilton District Court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부정한 목적으로 이용한 혐의와 기망에 의한 금품 취득 혐의 등 대표 혐의로 11개월의 가택구금(home detention)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6만8,000달러 전액을 배상하도록 명령했으며, 이 가운데 5,000달러는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개가 수술받아야 한다”며 8,000달러 요구
사건은 피해 여성이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이상한 거래가 발생했다며 은행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7월 24일 피해자는 지역 ANZ 지점을 방문해 자신의 은행카드가 다른 사람에게 도난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심스러운 거래를 신고했다.
은행 직원은 4,000달러의 현금 인출과 함께 오클랜드 Pak'nSave Highland Park에서 총 1만59.50달러 상당의 Prezzy 카드가 구매된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은행 직원은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사건을 맡은 Tamati-Te Paki는 8월 19일 피해자의 사건을 배정받았다.

그는 피해자의 집을 방문해 CCTV 영상을 확인했고, 추가 조사를 위해 은행 거래내역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고령이고 혼자 생활하며 건강 및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취약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후 Tamati-Te Paki는 경찰관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8월 21일 그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개가 아파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피해자는 개를 돕고 싶다는 생각에 돈을 주기로 했고, 경찰관을 따라 ANZ 지점으로 이동해 8,000달러를 현금으로 인출했다.
Tamati-Te Paki는 경찰 순찰차 안에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건네받았다.
이후 그는 같은 날 4,000달러씩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개인 은행계좌에 현금을 입금했다.

다른 은행으로 이동시켜 추가로 돈 받아
일주일 뒤인 8월 27일에도 Tamati-Te Paki는 피해자에게 추가로 현금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는 다시 은행을 찾아 4,000달러를 인출하려 했지만 은행 직원이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Tamati-Te Paki는 피해자에게 다른 은행 지점으로 따라오라고 지시했고, 결국 다른 지점에서 인출이 이뤄졌다.
그 돈 역시 그의 개인 계좌로 들어갔다.
하지만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더 큰 규모의 범행이 이어졌다.

Tamati-Te Paki는 피해자의 집을 8차례 추가로 방문했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온라인 뱅킹에 접속했다.
8차례 온라인 송금…총 5만6,000달러
8월 말 이후 피해자의 계좌에서 Tamati-Te Paki의 계좌로 돈이 송금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9월 8일부터 10월 17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5만6,000달러가 송금됐다.
한 번에 송금된 금액은 4,000달러에서 9,500달러 사이였다.
Tamati-Te Paki는 일부 거래에 ‘wedding gift(결혼 선물)’, ‘early Christmas present(이른 크리스마스 선물)’, ‘loan payment(대출금 상환)’ 등의 명목을 적어놓기도 했다.
다른 거래에는 피해자의 이름만 표시돼 있었다.
현금 인출 1만2,000달러와 온라인 송금 5만6,000달러를 합치면 피해자가 잃은 금액은 모두 6만8,000달러에 달했다.
피해자, 은행에서 사실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
10월 20일 피해자는 다시 은행을 찾아 자신의 계좌에서 상당한 금액이 사라졌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은행 직원들은 여러 차례의 송금 내역을 확인했고, 돈이 Tamati-Te Paki의 개인 계좌로 들어간 사실을 발견했다.
은행 기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Tamati-Te Paki가 과거 은행에 연락해 해당 사기 사건이 자신에게 배정됐다고 설명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은행은 피해자의 계좌를 즉시 동결하고 경찰에 연락했다.
그 다음 날 Tamati-Te Paki는 피해자의 집을 두 차례 찾아갔다.
피해자는 집 안에 있었지만 그를 만나는 것이 두려워 문을 열지 않고 숨어 있었다.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이용당했다”
피해자의 가족은 법정에서 피해자가 사건 이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 측에 따르면 피해자는 PTSD 증상과 악몽을 겪고 있으며 경찰에 대한 신뢰도 크게 흔들렸다.
피해자는 원래 자신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어야 할 경찰관을 신뢰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신뢰가 범행에 이용됐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 측 가족은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실상 다시 피해를 입는 듯한 ‘재피해(revictimisation)’를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자가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취약한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관의 지위를 이용한 범행
Tamati-Te Paki는 당시 지역사회 연계 경찰관(community liaison officer)으로 근무했다.
그의 업무에는 범죄 예방과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적절한 지원 서비스와 연결하는 역할이 포함돼 있었으며, 고령자 등 취약한 피해자들과 접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그는 오히려 자신이 지원해야 할 고령 피해자의 재정 상황을 파악한 뒤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

Crown Solicitor Jacinda Hamilton은 그의 행동이 계산적이고 냉소적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경찰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통해 돈을 받아낸 것은 피해자의 신뢰를 악용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도박중독이 범행 배경” 주장도 논란
Tamati-Te Paki의 변호인 Russell Boot은 피고인의 과거 전력과 반성, 재활 노력 등을 고려해 가택구금형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범행의 배경으로 도박중독을 언급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도박중독이 범행의 맥락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판사는 양형 과정에서 도박중독에 대해 일정 부분 감경 요소를 인정했다.
판사는 출발점으로 징역 3년을 설정한 뒤 여러 감경 요소를 적용해 22개월로 줄였고, 최종적으로 이를 11개월 가택구금으로 전환했다.
감경에는 유죄 인정, 배상금 지급, 도박중독, 이전의 좋은 품행 등이 포함됐다.
경찰 스포츠 스타에서 범죄자로
Tamati-Te Paki는 원래 경찰 조직 내에서 스포츠 선수로도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다.
Whanganui 출신인 그는 2022년 NZ Police Sportsperson of the Year로 선정됐으며, 당시 세계 킥복싱·가라테협회(World Kickboxing and Karate Association) 세계선수권대회에 뉴질랜드 대표로 출전했다.
경찰 관련 매체에 따르면 그는 해당 대회에서 무에타이 금메달, 킥복싱 은메달, 복싱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찰관으로서의 경력은 사실상 끝났다.
Waikato 경찰의 Scott Gemmell 경감은 당시 그의 행동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고 밝히며, 경찰 직원에게 요구되는 기준을 크게 벗어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사건을 인지한 뒤 24시간 이내에 형사 수사에 착수하고 혐의를 적용해 법원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6개월간 이름 공개 막았지만 결국 공개
Tamati-Te Paki는 선고 이후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기간 법적 절차를 이어갔다.
그는 이름이 공개될 경우 아내의 직업에 극심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영구적인 이름 비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Court of Appeal에서 이름 공개를 막기 위한 추가 항소 허가를 받지 못했다.
Palmer 판사는 이름 비공개를 인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High Court의 MacGillivray 판사 역시 사건과 관련해 Tamati-Te Paki의 이름을 공개해야 할 강력하고 정당한 공익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히 경찰관 한 명의 이름을 숨기는 것이 다른 경찰관들에게 불필요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피해자 역시 그의 이름이 공개되기를 원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지돼 온 이름 비공개 조치가 종료되면서 그의 신원이 공개됐다.
피해자에게 전액 배상 명령
법원은 Tamati-Te Paki에게 피해 금액인 6만8,000달러 전액을 배상하도록 명령했다.
그가 선고 당시 즉시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힌 배상금은 3만 달러였으며, 법원은 최종적으로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관이나 공공기관 직원처럼 시민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신뢰를 받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취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를 경우, 개인적 피해뿐 아니라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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