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20여 년 만에 900% 폭등
- WeeklyKorea
-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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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불러온 그림자

뉴질랜드에서 주택 및 가재 보험료가 2000년 이후 무려 916%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담배 가격 인상률(608%)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보험이 이제는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 단체인 Consumer NZ는 최근 보험 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보험료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 변화와 빈번해진 자연재해를 꼽았다.
실제로 지난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에서는 21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고, 2017년에는 최악의 기상 재해가 기록되며 보험사가 2억 4,2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여기에 2023년 오클랜드 홍수와 사이클론 가브리엘이 덮치며 무려 38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액이 발생해 보험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같은 상황은 소비자들의 생활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Consumer NZ의 조사팀장 레베카 스타일스는 “특히 은퇴자나 고정 수입자들은 매년 15~30%씩 치솟는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로 일부는 주택 대출을 다 갚은 뒤 보험을 해지하고 ‘만약 재해가 발생하면 카라반에서 살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러한 현상을 “자신의 재정적 미래를 큰 위험에 내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 해지 비율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22년에는 비용 문제로 보험을 해지한 이들이 7%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7%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보험사들이 위험 기반 가격제를 강화하면서 지진 위험이 큰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같은 지역에서는 아예 보험 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스는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2035년에는 상당수 뉴질랜드인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Consumer NZ와 보험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위험 지역에 대한 기후 적응 법제 마련, 보험료 산정 과정의 투명성 강화, 소비자들이 손쉽게 보험사를 비교·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협회 역시 “뉴질랜드는 기후 변화 시대에 맞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리더십과 인프라 투자를 강조했다.
결국 보험료 폭등은 단순히 생활비 인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구조적 위기임을 보여준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가까운 미래에 보험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안전망’이 아니라, 일부 계층만 감당할 수 있는 ‘특권’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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