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먹는 그 사탕, 1년에 2,200만 개 만든다
- WeeklyKorea
- 1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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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 New Zealand ‘국민 사탕’ 뒤에 숨은 가족기업 이야기

Air New Zealand를 이용해 본 승객이라면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할 무렵 승무원이 건네는 작고 알록달록한 사탕을 한 번쯤 기억할 것이다. 이른바 ‘Air New Zealand 롤리(lolly)’다.
그런데 이 사탕이 매년 무려 2,200만 개 생산되고 있으며, 그 뒤에는 1980년대부터 뉴질랜드 제과업을 이어온 한 가족기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사탕을 만드는 곳은 오클랜드에 기반을 둔 Horners Confectionery다. 창업자 디루 비카(Dhiru Bhikha)와 아들 라지(Raj)가 이끄는 이 회사는 작은 테 쿠이티(Te Kuiti) 공장에서 출발해 Air New Zealand의 상징적인 기내 사탕을 생산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Air New Zealand 사탕 생산 계약을 따낸 계기다. 라지의 기억에 따르면 2005년 아버지 디루와 함께 골드코스트행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당시 십대였던 라지와 함께 Air New Zealand가 제공하는 사탕을 먹던 디루는 아들에게 뜻밖의 말을 했다.
“언젠가 내가 이 사탕을 만들어 Air New Zealand에 공급할 거야.”
당시에는 단순한 아버지의 자신감 넘치는 말처럼 들렸지만, 실제로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전기 엔지니어에서 제과공장 사장으로
디루가 처음부터 제과업에 종사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전기 엔지니어로 오클랜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84년 작은 제과공장인 Horners Confectionery를 인수했다. 아내 비나(Vina)와 함께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을 찾다가 당시 와이카토의 작은 마을 테 쿠이티에 있던 공장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부부 모두 사탕을 만드는 방법을 몰랐다는 점이었다.
당시 공장의 생산 방식은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원시적이었다. 사탕수수 모양의 캔디케인을 직접 만들고, 늘이고, 자르고, 포장하는 작업을 사람이 일일이 해야 했다. 막대사탕 역시 막대를 하나씩 손으로 꽂았다.
그러나 디루에게는 전기 엔지니어로서 쌓은 기술이 있었다. 그는 생산 자동화의 가능성을 봤다.
특히 1980년대 후반 뉴질랜드 경제가 급격히 개방되면서 값싼 수입제품이 시장에 밀려들자 Horners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
“우리는 구멍에 빠졌고, 어떻게든 그 구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디루는 위기를 자동화로 돌파했다.
1989년 미국에서 캔디케인 생산 및 포장 장비를 들여왔고, 생산량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그 결과 Horners는 불과 10년 안에 뉴질랜드와 호주의 캔디케인 시장에서 사실상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화장실까지 허물어야 했던 작은 공장
사업이 성장하면서 테 쿠이티 공장은 점점 비좁아졌다.
라지는 어린 시절 공장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던 ‘공장 아이’였다고 회상한다. 공장이 너무 작아 새로운 기계를 설치하려면 화장실까지 허물어야 할 정도였다.
결국 Horners는 테 쿠이티 공장을 떠나 1999년 오클랜드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그리고 몇 년 뒤 Air New Zealand와의 인연이 찾아왔다.
Air New Zealand 사탕의 운명을 바꾼 공장 폐쇄
Air New Zealand에 수십 년 동안 사탕을 공급해 온 Cadbury Pascall이 2000년대 중반 뉴질랜드 내 생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Air New Zealand에게 중요한 조건은 단순히 맛있는 사탕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진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Air New Zealand의 고객경험 책임자인 알리샤 암스트롱(Alisha Armstrong)은 사탕 하나가 작은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뉴질랜드다운 비행 경험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결국 계약은 Horners에게 돌아갔다.
당시 뉴질랜드에는 이미 대형 제과업체를 제외하면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현지 제과공장이 많지 않았고, Horners가 쌓아온 생산 경험과 국제적인 경쟁력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
라지는 당시 상황을 두고 “모든 별이 맞아떨어졌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곧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사탕의 제조법을 아무도 Horners에 전달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한 달 만에 ‘그 맛’을 되살리다
Air New Zealand 승객들에게 익숙한 것은 단순히 단맛만이 아니었다. 색깔과 향, 모양까지 모두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제품이었다.
디루는 Air New Zealand에 남아 있던 사탕을 하나씩 분석하면서 맛과 색상을 역설계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약 한 달 만에 기존 제품과 같은 맛과 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실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생산 과정에서 기존의 ‘꼬아놓은 형태의 포장(twist wrap)’ 대신 베개처럼 생긴 ‘필로우 포장(pillow wrap)’을 사용한 것이다.

사탕 자체는 같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익숙했던 포장 방식이 바뀌자 상당한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디루는 직접 해외로 날아가 기존 방식의 포장기를 구해왔다.
Air New Zealand 승객들은 다시 익숙한 포장의 사탕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귀 압력 때문에 먹던 사탕, 이제는 ‘추억의 의식’
비행기에서 사탕을 나눠주는 데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고도가 낮아질 때 사탕을 빨아먹거나 침을 삼키면 귀 내부의 압력과 외부 압력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Air New Zealand 측은 이제 사탕이 단순한 귀 압력 완화용 간식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오랜 시간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반복된 경험이 되면서 하나의 ‘향수 어린 비행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어린이 승객에게는 특별한 재미도 있다.
때로는 아이가 기내에서 ‘lolly runner’ 역할을 맡아 승객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단순한 간식이 어린 승객에게는 여행의 작은 이벤트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탕은 몇 개까지 가져가도 될까?
Air New Zealand 사탕을 둘러싼 오래된 궁금증 가운데 하나가 있다.
“도대체 몇 개까지 가져가야 예의일까?”
Horners 창업자 디루에게는 나름의 공식이 있다.
자신이 먹을 사탕 하나에 더해 공항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한 명당 하나씩이다.

아들 라지는 조금 더 현실적이다.
두세 개 정도.
특히 흰색 민트 맛 하나와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의 사탕 한두 개를 추천한다.
실제로 흰색 맛의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한다. Horners는 5가지 맛 가운데 흰색 사탕을 다른 맛보다 두 배가량 많이 생산한다.
그런데 Air New Zealand 측의 대답은 훨씬 관대하다.
“한 줌 가져가도 괜찮습니다.”
주변 승객이 이상한 눈빛을 보내더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1년에 2,200만 개…하지만 매장에서 살 수는 없다
Horners가 Air New Zealand를 위해 생산하는 사탕은 연간 약 2,200만 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맛뿐 아니라 특별한 한정판도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검은색의 블랙커런트 맛 ‘All Black’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춘 캔디케인 에디션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 사탕을 슈퍼마켓에서 직접 살 수는 없을까?
흥미롭게도 Horners가 판매하는 것을 계약상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Air New Zealand 전용 제품을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디루는 그 이유에 대해 제품의 특별함과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신 Horners는 Kiwiland라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제과제품을 판매한다. Air New Zealand 사탕과 비슷한 형태의 ‘Orchard Fruits’도 있지만 맛과 모양에는 차이가 있다.

캔디케인에서 건강기능성 제품으로
Horners의 사업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한때 회사를 성장시켰던 캔디케인 사업은 다시 값싼 수입제품의 공세를 받으며 크게 위축됐다. 일반적인 사탕시장 역시 대형 업체들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Horners는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자체 브랜드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마누카꿀 목캔디와 비타민 구미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과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도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현재 68세인 디루에게서 아들 라지가 경영을 이어받았다.
컴퓨터공학 학위를 취득한 뒤 다른 업계에서 1년간 일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자라온 제과공장으로 돌아왔다.
라지는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이 일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은 사탕 하나에 담긴 뉴질랜드의 기업 이야기
Air New Zealand 기내에서 건네받는 작은 사탕은 승객 입장에서는 몇 초 만에 먹어버리는 간식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탕 하나에는 1984년 작은 테 쿠이티 공장을 인수한 한 부부의 도전, 수입품 공세를 자동화로 극복한 기업가 정신, 그리고 한 달 만에 사라진 제조법을 되살린 기술력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한 아버지가 2005년 비행기 안에서 아들에게 했던 “언젠가 내가 이 사탕을 만들어 Air New Zealand에 공급하겠다”는 말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이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오늘도 Air New Zealand 항공기가 뉴질랜드 상공을 날고 착륙을 준비할 때면 승객들에게 작은 사탕 하나가 건네진다.
그 사탕은 단순한 기내 간식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진 작은 ‘여행의 추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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