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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두 아이가 사라져도 몰랐던 나라

뉴질랜드 아동 보호 시스템은 안녕한가


Yuna and Minu Jo, aged eight and six, were murdered by their mother Hakyung Lee in 2018. Photo: Supplied
Yuna and Minu Jo, aged eight and six, were murdered by their mother Hakyung Lee in 2018. Photo: Supplied

뉴질랜드에서 또 한 번 믿기 어려운 비극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년 동안 누구에게도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두 남매, 윤아와 민우가 결국 어머니의 손에 의해 살해되고, 그 시신이 캐리어 속에 버려져 있었다는 사실은 이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법정은 어머니에게 최소 17년형의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아직 남아 있다.


“어떻게 두 명의 아이가 학교에서, 병원에서, 정부 시스템에서 사라졌는데 그 누구도 끝까지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것은 개인의 일탈이나 한 가정의 파탄만으로 설명될 일이 아니다. 이는 뉴질랜드의 아동 보호 체계가 얼마나 심각한 허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허점이 우리의 아이들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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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떠넘기는 기관들… 그리고 사각지대가 된 아이들

  • 학교는 20일 결석 후 교육부에 통보했다고 말한다.

  • 교육부는 “후속 조치는 다른 기관 소관”이라고 한다.

  • 보건당국은 GP 등록이 끊기면 “연락을 시도하다가 삭제할 수 있다”고 한다.

  • 경찰은 언제 개입했는지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기관들은 모두 절차대로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절차의 빈틈 속에서 아이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뉴질랜드는 오랜 기간 '아동 친화적인 나라' 이미지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사건은 그 이미지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잔혹하게 드러냈다.


한국 교민 사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교민들은 흔히 “뉴질랜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자연환경, 교육 분위기, 폭력 없는 학교문화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믿음이 절반만 사실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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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한국처럼


  • 학교·보건·경찰 시스템이 긴밀히 연결되지 않는다.

  • 결석이나 등록 해지 후 아동의 안전이 자동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 해외 이동에 대한 정부의 체크 기능도 느슨하다.


그러나 교민 가정은 이런 구조적 차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다. 그 결과, 문제나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보다 훨씬 쉽게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이번 사건이 교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뉴질랜드에서는 스스로 아이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국가 시스템이 대신해주지 않는다.”

Hakyung Lee stares downward during her sentencing at the Auckland High Court. Photo: RNZ/Marika Khabazi
Hakyung Lee stares downward during her sentencing at the Auckland High Court. Photo: RNZ/Marika Khabazi

이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건 뒤 교육부는 이제서야 경찰과의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아이의 목숨이 사라진 후에야 느리게 움직이는 이 대응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뉴질랜드 정부는 더 이상 ‘기관별 역할’이라는 말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아동의 생존 여부가 최종적으로 누구의 책임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구조는 반드시 개편되어야 한다.


학교–교육부–보건–경찰 간의 실시간 정보 공유는 최소한의 장치이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아동의 장기 결석은 단순한 생활 문제가 아니라 생존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경보 신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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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사회에도 제언한다

한국과 다른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만큼, 교민 가정도 다음과 같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아이의 장기 결석·해외 체류는 반드시 학교와 GP에 정식 통보

  • 부모의 정신적 위기 상황은 주변에 숨기지 말고 공유

  • 아이의 등록 정보와 출석 상태를 수시로 점검

  • 위기 신호가 보일 때 즉시 전문기관·지인의 도움 요청


한국식 가족문화의 폐쇄성은 뉴질랜드에서 오히려 아이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두 아이의 희생이 시스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윤아와 민우는 누구보다 사랑받아야 할 나이에, 아무도 모르게 삶이 끝났다. 그들의 존재가 4년 동안 국가 시스템 어디에서도 감지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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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뉴질랜드 정부, 학교, 보건당국뿐 아니라 교민 사회 모두가 시스템 개편과 책임 재정립을 요구해야 한다.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 길은 단 하나다.


‘아이가 사라지면, 반드시 국가가 찾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이 비극이 남긴 마지막이고,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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