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업계 “영주권 영어 점수 장벽, 운전기사 대란 부를 것”
- WeeklyKorea
- 53분 전
- 2분 분량
“IELTS 6.5, 기사에게 과도한 기준”… 정부 “현지인 고용이 우선” 입장 고수

전국 버스업계를 대표하는 버스·코치협회(Bus and Coach Association) 가 “이민성의 영어 점수 기준이 완화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전국적인 운전기사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최근 RNZ 보도에 따르면, 일부 이민자 버스기사들이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영어 시험 점수를 넘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이면서 교통 업계 전반의 인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운전엔 문제없지만, 영주권은 꿈같은 이야기”
협회 대표 델레이니 마이어스(Delaney Myers)는 “도시 대중교통 운전기사의 약 20%가 임시 취업비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비자는 2026년에 만료된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심각한 인력난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숙련 이민(skilled residence) 비자 신청자는 IELTS 6.5점(혹은 TOEFL iBT 79점, PTE 58점 등) 이상의 영어 점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사들은 “업무상 필요한 것은 회화 수준의 실무 영어이지, 대학 수준의 ‘학문적 영어’가 아니다”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고 호소했다.

“트럭 안에서 영어 쓸 일 거의 없어… 6번 시험 쳤지만 또 떨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트럭 기사 기탄찬드 랄(Gitanchand Lall) 은 “영주권을 위해 IELTS를 여섯 번 봤지만 아직 6.5를 넘지 못했다”며, “운전 중엔 고객이나 관리자와 간단한 대화만 나눈다. 일상 영어는 충분하지만, 시험은 대학식 영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험 응시료도 문제다. “한 번에 400달러 넘게 드는데, 이미 여섯 번을 치렀다”며 “비자 연장은 가능해도 영주권은 멀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상황은 필리핀과 피지 출신 버스기사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필리핀 출신 기사 ‘아담(Adam)’은 “PTE 시험을 두 번 봤지만 55점으로 기준(58점)에 못 미쳤다”며 “20년 넘게 학교를 떠난 사람들이 이런 시험을 통과하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80%가 영어시험에 막혀”… 현장에선 이미 인력 유출
오클랜드의 한 버스차고지에서 일하는 피지 출신 기사 ‘라메시(Ramesh)’는 “운전기사의 80% 이상이 영어 점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미 여러 명이 귀국했고, 비자 연장 점수(4.5점)도 넘기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승객과의 소통엔 아무 문제없는데, 영주권 기준만큼 높은 점수를 요구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현지인 우선 채용해야”… 업계 “이민자들 덕에 버스가 달린다”
이에 대해 에리카 스탠포드(Erica Stanford) 이민부 장관은 “영주권 신청자의 영어 수준은 ‘원활한 사회 정착’을 위해 필요한 기준”이라며 “운전기사라고 해서 예외를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스탠포드 장관은 “현재 실업급여(Jobseeker Work Ready)를 받는 뉴질랜드인이 2만 명 이상 늘었다”며, “버스회사는 현지인을 우선 고용하고, 사회개발부(MSD)와 협력해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민자 기사들이 팬데믹 이후 인력난을 해소하며 뉴질랜드 대중교통을 지탱해왔다”며, “그들에게 약속했던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시험 점수 하나로 빼앗는 건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협회 “정부는 문제없다지만, 현장은 절박”
버스·코치협회는 이미 NZTA(교통청) 및 MBIE(사업·혁신·고용부) 와 1년 가까이 협의를 이어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어스 대표는 “운전기사들이 실제로 업무에서 영어로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데, 학문적 수준의 시험으로 자격을 판단하는 건 현실을 외면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