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평가 기준 바꾼다
75세라고 인지검사 받던 시대 끝난다

“나이가 많다고 운전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개별 건강상태 중심으로 평가 전환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적합성을 판단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앞으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정기적인 인지기능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 사라지고, 실제 건강상태와 운전능력을 개인별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이번 변화는 고령 운전자와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특히 자동차가 주요 이동수단인 교민 사회에서는 75세 이후 운전면허 갱신 과정에서 어떤 검사를 받게 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새로운 지침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새로운 임상 지침에 따르면 의사는 앞으로 고령 운전자라는 이유만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일률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대신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거나 운전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경우에만 인지기능 검사를 활용하게 된다.
이는 인지검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사가 환자의 기억력이나 판단력, 인지능력 등에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여전히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검사 점수 하나로 운전능력 판단할 수 없어”
이번 지침 변경의 배경에는 오클랜드대학교의 독립적인 검토 결과가 있다.
검토에서는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 고령자에게 운전 적합성 평가의 일환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일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인지기능 검사 도구가 인지장애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검사 결과만으로 해당 사람이 실제 도로에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억력이나 인지기능 검사에서 다소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운전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의사가 단순히 특정 검사 결과에 의존하기보다는 운전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신체·인지기능, 병력, 운전 이력, 안전과 관련된 우려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고령 운전면허 갱신 제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변화와 관련해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고령 운전자에 대한 면허 갱신 절차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운전면허가 75세에 만료되고, 이후 80세에 다시 만료되며, 그 이후에는 2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면허를 갱신하려면 의사 또는 전문간호사(Nurse Practitioner)의 의료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평가에서는 신체 건강과 병력뿐 아니라 기억력 및 인지기능 등도 고려 대상이었다.

이번 지침 변경은 이 과정에서 모든 고령자에게 일률적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실시하는 접근을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75세가 되면 이제 아무런 의료검사 없이 면허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고령 운전자 급증…90세 이상 면허 소지자도 1만 명 넘어
이번 제도 변화는 뉴질랜드의 고령 운전자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뉴질랜드에서 7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증가율이 17%였던 것과 비교하면 고령 운전자층의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특히 올해 4월 기준으로 90세 운전면허 소지자가 11,806명에 달해 10년 전보다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운전이 증가하면서 운전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운전은 많은 노년층에게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중교통이 제한적인 농촌지역에서는 병원 진료나 장보기, 가족 방문 등을 위해 자동차가 사실상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고령자에게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정부 “고령자 독립성과 도로 안전 사이 균형”
케이시 코스텔로(Casey Costello) 노인 담당 장관은 이번 변화가 고령 운전자들의 의견과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텔로 장관은 모든 사람을 개인별로 평가해야 하며, 하나의 선별검사만으로 도로에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침 변경이 고령자들이 보다 오랫동안 독립적이고 사회적으로 연결된 생활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면서도 도로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부는 임상의를 위한 HealthPathways 관련 지침을 업데이트했으며, 뉴질랜드 왕립 일반의학회(Royal New Zealand College of General Practitioners)도 회원들에게 관련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교민들이 알아둘 점
이번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와 “운전능력”을 동일하게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75세 이상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가 건강상태나 인지기능에 대해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추가적인 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고령 운전자 본인이나 가족들은 단순히 검사 여부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평소 건강관리와 함께 시력, 신체 움직임, 기억력과 판단력, 복용 약물, 과거 운전사고나 운전 중 이상행동 등 실제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가족이 고령 운전자의 운전능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 “나이가 많으니 운전을 그만두셔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고령 운전자를 무조건 운전에서 배제하는 것도, 반대로 나이만을 이유로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실제 건강상태와 운전능력을 중심으로 판단하면서, 고령자의 이동권과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도로 안전도 함께 지키겠다는 것이 이번 변화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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