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와이탕이 재판소 폐지 추진

시모어 “역사적 청구는 마무리 단계…현대 정책까지 조사하는 것은 권한 확대”
국민당 “검토 결과 지켜봐야”…마오리 법학자 “재판소 역할에 대한 근본적 오해”
연립정부의 한 축인 ACT당이 와이탕이 재판소(Waitangi Tribunal)의 현재 기능을 사실상 종료시키는 방안을 공식 정책으로 내놓으면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ACT당은 역사적인 와이탕이 조약(Treaty of Waitangi) 관련 청구 가운데 이미 정해진 시한 이전에 제기된 사건은 계속 처리하되, 이후 새롭게 제기되는 현대적 청구에 대해서는 재판소가 조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CT당 대표 데이비드 시모어는 와이탕이 재판소가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재판소는 1975년 설립 당시와 상당히 다른 기관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시모어 대표는 뉴질랜드가 강력한 재산권과 법치주의, 민주적 통치체제를 갖춘 국가로 발전한 만큼 과거와 같은 형태의 재판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ACT “현대 정부 정책까지 조사하는 것은 지나친 권한”
ACT가 문제 삼는 것은 특히 재판소가 최근 정부의 현대적인 정책과 행위까지 조사하는 ‘kaupapa inquiries’를 확대해 왔다는 점이다.
시모어 대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재판소가 조약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자문기관의 역할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권고 자체를 막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위해 별도의 법률상 기관을 국민 세금으로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ACT는 또한 재판소가 최근 조약 위반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모어 대표는 뉴질랜드에는 이미 법원과 민주적 제도를 통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며, 선출되지 않은 기관이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사실상 판단하는 구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역사적 청구는 계속 처리
ACT의 정책안이 모든 와이탕이 재판소의 업무를 즉시 중단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ACT는 2008년 9월 1일 이전에 제기된 역사적 청구는 계속 심리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당시 역사적 조약 청구를 제기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감 시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ACT의 설명이다.
다만 아직 정부와의 역사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일부 iwi(마오리 부족)도 존재한다.
시모어 대표는 특히 자신이 속한 응아푸히(Ngāpuhi)가 아직 정부와의 합의를 위한 내부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을 언급하며, 향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합의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당은 신중한 입장
ACT의 정책에 대해 국민당은 아직 최종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ACT의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아직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면서도, 연립정부는 와이탕이 재판소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으며 정부에는 강력한 조약상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럭슨 총리는 정부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오리 국민의 교육·주거·법질서 등 실질적인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당과 뉴질랜드 퍼스트당의 연립 협정에는 이미 와이탕이 재판소의 기능을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재판소의 조사 범위와 목적, 성격을 설립 당시의 취지에 보다 가깝게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검토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검토 결과에 관심
정부가 진행 중인 검토가 ACT의 주장처럼 재판소의 현대적 조사 권한을 크게 제한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검토는 재판소의 kaupapa inquiry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을 권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공식적으로 최종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럭슨 총리는 해당 검토가 현재 마오리-왕실 관계 담당 장관인 타마 포타카에게 전달돼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추가적인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역사적 와이탕이 조약 청구의 상당 부분이 해결돼 가는 상황에서 향후 와이탕이 재판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오리 측 “재판소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
ACT의 폐지 방안에 대해서는 강한 반론도 나왔다.
마오리 법 전문가인 드 카윈 존스(Carwyn Jones)는 ACT의 정책이 와이탕이 재판소와 Te Tiriti o Waitangi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오해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존스 박사는 와이탕이 재판소가 역사적 청구만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라, 애초부터 현대의 정부 정책이 조약과 마오리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소의 보고서와 권고는 법적으로 정부를 강제하는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재판소를 폐지한다고 해서 정부의 정책 결정 권한을 빼앗는 ‘대안 정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재판소가 정부 정책에 대한 증거와 영향을 조사하고 공개하는 과정이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재판소 권고는 정부를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아”
와이탕이 재판소는 일반 법원과 달리 정부에 법적으로 강제되는 판결을 내리는 기관은 아니다.
따라서 재판소가 특정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권고가 자동으로 정부 정책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존스 박사는 이런 점에서 재판소를 선출되지 않은 ‘대체 정부’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여러 조사에서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오리 국민의 권리와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사례가 드러났다며, 재판소가 이러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사회의 오래된 논쟁 다시 부상
이번 ACT의 정책은 단순히 한 기관의 존폐 문제를 넘어 Te Tiriti o Waitangi를 현대 뉴질랜드의 법과 정책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라는 보다 큰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ACT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정책 결정권과 모든 뉴질랜드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의 평등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마오리 측과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Te Tiriti에 따른 마오리의 권리와 정부의 의무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할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역사적 조약 청구가 점차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와이탕이 재판소가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해결하는 기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현대 정책에서 조약 관계를 점검하는 기관으로 계속 기능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ACT의 정책이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연립정부 내부의 논의와 향후 의회 표결에 달려 있다.
정부가 진행 중인 와이탕이 재판소 기능 검토 결과가 공개되면, 재판소의 미래를 둘러싼 정치권과 마오리 사회의 논쟁도 한층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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