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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검사, 매년 2만 건 이상 불합격

“문제는 다시 고치는 데 있다”


 

  • 건축 결함·재작업에 연간 25억 달러 비용

  • “처음부터 제대로 짓는 문화 필요”

 

건축검사에 매년 2만 건 이상이 실패하면서 수천만 달러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설산업 컨설턴트 마크 커비(Mark Kirby)가 100명 이상의 주택 건설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축검사 불합격이 건설 과정에서 예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마치 정상적인 절차처럼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러한 관행이 건축업계의 생산성과 주택 공급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건축 결함과 재작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뉴질랜드 전체에서 연간 약 25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오클랜드에서는 하루 약 800건 검사

문제의 규모는 오클랜드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오클랜드에서는 매년 약 16만 건의 건축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근무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약 800건에 달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최대 37%가 첫 번째 검사에서 불합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하루에 수백 건의 검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상당수 건물이 첫 검사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불합격 원인도 특정 분야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배관(plumbing)부터 목재 구조공사(carpentry framing)까지 다양한 건축 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한 번의 검사에서 탈락하는 것 자체보다 불합격과 재작업이 건축 과정의 당연한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에서 떨어지는 것이 정상처럼 됐다”

커비는 주택 건설업체의 총괄관리자, 건설관리자, 현장관리자, 프로젝트 관리자, 하청업체 등 1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건축검사 실패가 반복되면서 업계 내부에 일종의 ‘실패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건축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고친 뒤 다시 검사를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처음부터 기준에 맞게 시공하는 것보다 일단 짓고 나중에 고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커비는 이러한 문제가 단기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질랜드 건설업계의 현재 문제가 1980년대 중반의 정책 변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당시부터 건설업계가 비용과 속도를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품질보다 빨리 짓는 것이 우선시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이후 여러 사건을 통해 나타났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질랜드의 ‘Leaky Homes’ 사태​다. 건축물의 방수와 설계·시공 문제로 대규모 주택에서 누수 문제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막대한 수리비 부담을 떠안았다.

 

커비는 견습제도 변화 등 건설 인력 양성 문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 결함과 재작업에 연간 25억 달러

건축검사 불합격은 단순히 검사 한 번을 더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제가 발견되면 작업을 다시 해야 하고, 자재와 인력이 추가로 투입된다. 공사 일정도 늦어지고 다른 공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커비는 건축 결함과 재작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뉴질랜드에서 연간 약 25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결국 처음부터 제대로 시공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1980년대부터 이어진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결함보다 품질을 바라보는 문화”

커비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건축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그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이 실제 건축 결함 그 자체보다 업계의 품질 문화라고 주장한다.

 

건설업계가 ‘한 번에 제대로 짓는 것’을 생산성의 핵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업계 전반에 품질을 중시하는 문화가 부족하며, 이것이 건설 생산성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건축검사에서 탈락하면 다시 검사받으면 된다는 생각보다 처음부터 검사에 통과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제대로 지으면 1만3천 채 더 지을 수 있다?

커비는 품질이 개선될 경우 뉴질랜드에서 추가로 약 1만3천 채의 주택을 건설하고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건축업계의 비용 절감 문제가 아니다. 건축 생산성이 올라가면 같은 인력과 자원으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공사기간도 줄어들 수 있다.

 

현재 뉴질랜드가 겪고 있는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업의 경기 변동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가인증 확대, 건설업 개혁의 기회 될까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뉴질랜드가 건축업계의 자가인증(self-certification) 확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가인증이 확대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건축 전문가나 업체가 자신이 수행한 작업이 기준에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인증하는 방식이 늘어날 수 있다.

 

커비는 이를 오히려 건설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자가인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업체와 건설 전문가에게 더 큰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처럼 “문제가 발견되면 고치면 된다”는 문화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자가인증 확대가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가인증 확대와 함께 품질관리, 책임성, 전문성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카운슬이 아니라 우리가 책임져야”

건축검사가 늦어지는 문제를 두고 일부 건설업체들은 카운슬의 재검사 대기시간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검사에서 탈락한 뒤 다시 검사를 받으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공사 일정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비는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제대로 시공했다면 재검사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카운슬이 건설업계의 품질관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건설업계 스스로 품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검사 불합격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건축검사 불합격은 건설회사와 카운슬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사가 지연되면 주택 구매자의 입주 일정이 늦어질 수 있고, 추가 인건비와 자재비가 발생하면 최종적으로 주택 가격이나 건축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심각한 경우에는 준공 이후에도 결함이 발견돼 주택 소유자가 직접 수리비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뉴질랜드가 주택 부족과 높은 건축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단순히 “더 빨리 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빠르게 짓되 한 번에 제대로 짓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수만 건의 건축검사가 다시 이뤄지고 수십억 달러가 결함과 재작업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뉴질랜드 건설업계가 이제는 ‘빨리 짓고 나중에 고치는 방식’에서 ‘처음부터 제대로 짓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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