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생 임금 깎지 말자…녹색당, 훈련임금 폐지 공약

시간당 19.16달러에서 성인 최저임금 23.95달러로 인상 추진
장비 지원금 2,000달러·고용주 장려금도 제안
녹색당(Green Party)이 직업훈련을 받는 견습생에게 적용되는 훈련임금(Training Wage)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하면서 기술을 배우는 근로자도 생계에 필요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오는 11월 총선을 앞두고 청년 고용과 직업교육 지원이 주요 정책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견습생의 소득 보장과 기업의 고용 부담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클로이 스워브릭(Chlöe Swarbrick) 녹색당 공동대표는 견습생 수가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부족한 생활·학습 지원이 직업훈련을 지속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견습생들이 기술을 배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훈련임금을 없애면 견습생도 자신이 수행하는 노동에 걸맞은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숙련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당 4.79달러 차이…주 40시간이면 얼마나 달라지나
고용 관련 정부 안내에 따르면 2026년 4월 1일부터 성인 최저임금은 시간당 23.95달러, 훈련임금과 시작임금(Starting-out Wage)은 시간당 19.16달러다. 훈련임금은 성인 최저임금의 80% 수준이다.
녹색당의 공약대로 훈련임금이 폐지되고 해당 견습생에게 성인 최저임금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시간당 임금은 4.79달러 늘어난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는 세전 주급이 766.40달러에서 958달러로 증가한다. 주당 191.60달러, 연간 52주를 모두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9,963.20달러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만 이는 최저임금 수준을 적용한 단순 계산이다. 실제 임금은 근로계약과 근무시간, 해당 직종의 임금체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모든 견습생이 현재 최저 훈련임금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장비 구입비 2,000달러 지원…고용주에게도 장려금
녹색당은 임금 인상 외에도 견습생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공구와 작업복, 교육 자료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견습생 1인당 총 2,000달러의 장비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마오리와 파시피카(Pasifika) 공동체가 주도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연간 3,0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학습 지원과 생활·정서적 지원, 적합한 일자리 연결, 자격 취득 이후 첫 직장에 정착하도록 돕는 프로그램 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견습생의 훈련 완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고용주에게는 2,000달러의 완료 장려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임금 인상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견습생을 채용하고 자격 취득까지 지원하는 사업주에게 별도의 유인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녹색당은 정책 비용을 연간 1억1,735만 달러로 추산했으며, 해당 추계는 경제분석기관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재정 소요는 정책의 세부 설계와 지원 대상, 시행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동당은 추가 검토…국민당과 ACT는 기업 부담 우려
정당별 입장은 뚜렷하게 갈린다.
노동당(Labour)의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대표는 훈련임금 폐지 문제를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청년 고용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년 실업이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정책 변화가 오히려 청년 채용을 위축시키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힙킨스 대표는 자신이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도입한 견습생 지원 제도인 ‘Apprenticeship Boost’가 견습생 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노동당은 해당 지원제도를 최대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녹색당은 이와 달리 훈련임금 폐지와 장비 지원, 자격 취득 장려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민당(National)의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대표도 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우려를 나타냈다.
견습생을 채용하는 사업주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채용을 주저한다면, 결과적으로 청년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ACT당의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 대표는 녹색당의 계획으로 기업의 견습생 채용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ACT는 훈련임금을 성인 최저임금의 60% 수준으로 낮추고, 해당 임금을 3년간 동결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훈련 초기 단계의 생산성과 교육 비용을 고려해 사업주가 견습생을 더 쉽게 채용하도록 하겠다는 접근이다.
제일당(New Zealand First)의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대표는 견습생이 훈련 초기에는 사업에 기여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기술을 익히면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견습생들이 낮은 훈련임금을 받아들이면서 기술을 배웠다는 취지로 현행 제도를 옹호했다.

훈련임금 폐지, 청년 일자리와 숙련인력 확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번 논쟁의 핵심은 견습생의 소득을 높이는 것과 기업의 채용 의지를 유지하는 것 사이의 균형이다.
훈련임금 폐지에 찬성하는 측은 생활비 부담을 낮추면 더 많은 사람이 직업훈련에 참여하고 자격을 끝까지 취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 전기, 배관, 자동차 정비 등 숙련 기술인력 수요가 있는 분야에서 견습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임금이 오르면 일부 사업주가 견습생 채용을 줄이거나 자동화, 외주 등 다른 방식으로 인력을 충당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소규모 사업체는 대기업보다 인건비 증가를 흡수할 여력이 적을 수 있다.

어느 쪽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지는 실제 임금 변화와 기업의 채용 반응, 견습생의 자격 취득률 등을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다.
임금만 인상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현장 교육의 질과 숙련 노동자의 지도, 교육비와 교통비 지원, 자격 취득 후 일자리 연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교민 사회도 주목할 정책…직업교육을 받는 근로자의 권리 확인해야
뉴질랜드에서 건설·전기·배관·정비 등 기술직으로 취업하거나 견습 과정을 밟는 교민과 유학생 출신 근로자에게도 이번 공약은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다. 다만 실제 적용 여부는 향후 정부 구성과 법률 개정, 정책 시행 세부사항에 달려 있다.
현재 훈련임금은 모든 신입 근로자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임금이 아니다. 뉴질랜드 정부 안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만 20세 이상 근로자가 고용계약상 연간 최소 60학점의 산업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단순히 직장에 처음 입사해 업무를 배우는 근로자에게 훈련임금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다른 근로자를 감독하거나 훈련하는 업무가 직무에 포함된다면 성인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규정도 있다.
따라서 본인이 훈련임금 적용 대상인지, 고용계약에 어떤 임금 조건이 명시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최신 정보는 뉴질랜드 정부의 고용 관련 공식 안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녹색당의 훈련임금 폐지 공약은 단순한 임금 인상 논쟁을 넘어, 뉴질랜드가 숙련 기술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청년과 성인 근로자의 직업 전환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제시하는 임금·훈련·고용 지원책이 실제로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기업의 인력 확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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