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약 처방…응급의료 현장 달라진다

뉴질랜드에서 앞으로 전문 교육을 받은 구급대원(paramedic)이 환자에게 직접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게 된다.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병원이나 일반의(GP)로 다시 보내는 대신, 현장에서 필요한 치료를 보다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부 장관 시메온 브라운은 전문 교육과 인증을 마친 구급대원에게 232개 의약품 목록에 포함된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발표했다.
대상에는 흔한 감염질환 치료제와 긴급·지역사회 의료에서 사용되는 약 등이 포함된다. 장기질환 환자에게는 해당 목록에 포함된 의약품의 반복 처방(repeat prescription)도 가능해진다.
세인트존 “안전장치 갖춘 합리적인 변화”
뉴질랜드 최대 구급의료기관인 Hato Hone St John은 이번 제도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세인트존 임상서비스 담당 부대표 존 무어스(Jon Moores)는 처방 대상 의약품 목록이 구급대원들이 실제 현장에서 접하게 될 환자들의 필요를 반영하면서도 안전성을 고려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구급차가 이른바 ‘움직이는 약국(mobile pharmacy)’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세인트존은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
처방 권한을 갖게 되는 사람은 모든 구급대원이 아니라 추가적인 전문교육을 이수한 일부 전문 구급대원이기 때문이다.
대학원 수준 교육과 감독 거친다
새로운 처방 권한에는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처방 권한을 얻으려는 구급대원은 대학원 수준의 추가 교육과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후에도 동료 평가(peer review), 처방에 대한 감사(auditing), 의료 책임자의 감독 등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번 변화는 단순히 구급대원에게 약을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을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추가적인 전문 역량을 갖춘 인력을 선별해 제한된 범위에서 처방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볼 수 있다.
무어스 부대표는 새로운 제도가 구급대원의 일상적인 업무량을 크게 증가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문 구급대원들은 구급차뿐 아니라 클리닉, 병원, 원격의료 등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처방 구급대원은 2027년 말부터
정부 계획에 따르면 첫 번째 처방권을 가진 구급대원들은 2027년 말부터 실제 현장에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도는 뉴질랜드의 의료체계가 변화하는 가운데 응급의료 인력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GP 예약이나 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전문 구급대원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제한된 범위에서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사회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처방권 확대가 실제 환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시행 이후의 처방 건수와 환자 안전, 재입원 및 병원 이용 변화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정책의 핵심은 구급대원을 의사와 동일한 역할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문교육을 받은 구급대원에게 필요한 범위의 추가적인 의료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2027년 말 첫 처방 구급대원이 등장하면 뉴질랜드의 구급차는 단순히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수단을 넘어, 일부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평가하고 치료까지 연결하는 지역사회 의료의 한 축으로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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