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키위세이버 확대안에 우려 커져

"노후자금 늘어난다더니 월급 줄어들 수도?"
전문가들 "은퇴 준비에 도움되지만 결국 비용은 근로자가 부담"
국민당(National Party)이 최근 발표한 키위세이버(KiwiSaver) 대대적 확대 계획을 둘러싸고 새로운 논쟁이 일고 있다.
국민당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모든 근로자의 키위세이버 가입을 의무화하고, 근로자와 고용주의 기여율을 현재보다 크게 높여 국민들의 노후 자산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은퇴 자금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근로자들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민당이 추진하는 키위세이버 확대안은 무엇인가
국민당은 현재 3% 수준인 키위세이버 기본 기여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오는 2032년까지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6%씩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부가 이미 확정한 일정은 2026년 4월: 3% → 3.5%, 2028년 4월: 3.5% → 4%까지 우선 올린 후 국민당은 추가로 매년 0.5%씩 올려 최종적으로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6%를 납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근로자의 사실상 의무 가입 ▲신생아 자동 가입 ▲육아휴직 기간 정부 지원 확대 ▲65세 이상 근로자에 대한 고용주 기여 의무화 같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고용주가 부담하는 돈도 결국 임금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
많은 사람들이 고용주의 기여금은 회사가 별도로 부담하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현실은 조금 다르다고 설명한다.
기업은 전체 인건비 예산을 기준으로 급여를 책정하기 때문에, 키위세이버 부담이 커질수록 임금 인상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봉 8만 달러인 근로자의 경우를 가정해 보자.
현재는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3%씩 부담하고 있지만, 향후 6%까지 올라가면 양측의 부담은 두 배로 늘어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미래의 임금 인상 폭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보수제(Total Remuneration)'가 가장 큰 변수
특히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총보수제(Total Remuneration)다. 뉴질랜드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총보수제는 고용주의 키위세이버 기여금을 별도의 추가 혜택이 아니라 연봉 안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8만 달러라면, ▲실제 지급 가능한 총액: 8만 달러 ▲여기서 고용주 키위세이버 기여금 차감 ▲남은 금액이 실수령 급여가 되는 구조다.
이 경우 기여율이 높아질수록 근로자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총보수제가 확대되면 키위세이버 인상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큰 지금, 추가 저축이 부담될 수도
현재 뉴질랜드 가계는 이미 높은 생활비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저축이 의무화되면 일부 가구는 당장의 생활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청년층 ▲첫 주택 구입을 준비하는 가구 ▲자녀 양육 중인 가정 ▲저소득 근로자 계층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
반면 은퇴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뉴질랜드 은퇴위원회(Te Ara Ahunga Ora)의 분석에 따르면, 40년 동안 꾸준히 납입한 중간 소득 근로자의 경우 은퇴 자금이 기존 제도보다 약 30%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약 80%의 가입자가 더 많은 은퇴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당 역시 "노후 빈곤을 막고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호주와의 격차도 여전히 크다
국민당은 호주의 연금제도를 자주 비교 사례로 언급하고 있다.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이미 고용주가 급여의 약 12%를 적립하고 있다.
반면 뉴질랜드는 아직도 3~4% 수준에 머물러 있어 노후 준비 측면에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자신의 근로계약서에 'Total Remuneration', 'Total Package', 'Salary Package' 등의 문구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월급과 미래의 노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히 키위세이버 기여율 인상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뉴질랜드 사회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지금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우선일까, 아니면 미래의 은퇴 빈곤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일까."
노후 준비는 분명 중요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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