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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이동명령’ 시행…거리 풍경은 여전히

14시간 전
3분 분량

  • 법 시행 후 이동명령 29건 발부…노숙인 대상은 4건

  • 구걸·노숙 자체를 이유로 한 명령은 없어


뉴질랜드에서 노숙인과 공공장소의 반사회적 행동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이동명령(Move-on Orders)’ 제도가 시행됐지만, 오클랜드 도심의 일상적인 노숙인 지원과 거리 관리 활동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카운슬은 법 시행 이후에도 매일 아침 거리에서 잠을 잔 노숙인들을 깨우고, 필요한 경우 사회복지기관과 연결하는 기존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금까지 발부한 이동명령은 모두 29건이며, 이 가운데 노숙인에게 내려진 명령은 4건이다. 특히 구걸이나 단순 노숙을 이유로 발부된 명령은 아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제도는 10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경찰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구걸하는 행위, 노숙과 관련된 상황 등에 대해 일정한 조건 아래 이동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제도 도입 당시 인권 침해와 노숙인에 대한 과도한 단속 가능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오클랜드 도심 순찰

오클랜드 카운슬의 지역사회 안전 담당 직원들은 매일 오전 7시부터 도심을 순찰하며 밤사이 거리에서 잠을 잔 사람들을 깨우고 있다.



3년째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케이시는 이날 아침에는 대부분의 노숙인이 이미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카운슬과 협력하는 오클랜드 시티 미션이나 카랑가하페 로드(K'Road)에 있는 라이프와이즈(Lifewise)를 찾고, 일부는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생계를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케이시와 동료 앤서니는 노숙인을 깨울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일어나라고 지시하기보다는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임을 알리고, 따뜻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기관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현장 직원들은 몸에 카메라를 착용하고 근무한다. 앤서니는 노숙인들이 처한 상황과 전날 밤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CTV로 현장 확인…문제 발생 시 경찰에 지원 요청

오클랜드 카운슬은 오전 순찰에 앞서 CCTV 관제센터를 통해 도심 상황을 확인한다.


지역사회 안전 담당 직원 36명을 관리하는 애드리언 윌슨 컴플라이언스 매니저는 관제팀이 오전 6시 30분부터 도심을 살펴보고 노숙인이나 임시 야영지, 보행로와 사업장 출입을 방해하는 시설물 등 공공장소의 문제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현장 직원들에게 주요 상황을 전달해 순찰을 시작하도록 한다.



지역사회 안전 직원들의 역할은 단순히 노숙인을 이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심의 영업 활동과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반사회적 행동을 관리하며, 길을 찾는 관광객에게 안내를 제공하는 일도 포함된다.


윌슨 매니저는 이동명령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아침에 노숙인을 깨우는 업무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기관에 연결하는 활동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언어적 또는 신체적 공격이 발생하거나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경찰에 지원을 요청한다. 그는 이러한 대응은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해오던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동명령 29건 중 노숙인 대상 4건…구걸·노숙 이유는 없어

경찰이 공개한 초기 집계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발부된 이동명령은 총 29건이다.


이 가운데 노숙인에게 내려진 명령은 4건으로, 대부분은 음주 상태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공공장소에서 무질서한 행동을 한 사례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현재까지 구걸이나 단순히 거리에서 잠을 잤다는 이유만으로 이동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노숙인 지원단체들은 이 같은 집계에 대해 우려와 함께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도 자체가 취약계층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사회적 배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노숙 자체를 단속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라이프와이즈 “취약계층과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어”

이동명령 제도 도입에 반대해 온 노숙인 지원기관 라이프와이즈의 팸 엘가 최고경영자는 현재까지 발부된 명령 건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제도 자체가 지나치게 강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동명령이 노숙인과 취약계층이 지역사회 및 공공기관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노숙인들이 집중적인 단속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이프와이즈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이동명령이 내려졌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안내하고 있다.


경찰이나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위협적이거나 무질서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한편, 이동명령을 받은 경우 지원기관에 알려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관은 오클랜드 시티 미션과 함께 카운슬의 지역사회 안전 직원들과 협력해 노숙인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 직원 앤서니는 거리 생활을 처음 시작한 사람 가운데 당일 주거시설을 제공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에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나은 생활 환경을 갖도록 돕는다면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총선 앞두고 정당별 제도 폐지·수정 입장 엇갈려

이번 이동명령 제도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녹색당(Greens), 오퍼튜니티당(Opportunity), 마오리당(Te Pāti Māori)은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동당(Labour)은 법에서 노숙과 구걸을 이동명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당별 입장 차이는 공공장소의 질서 유지와 취약계층의 권리 보호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반영한다.


제도 찬성 측은 도심의 안전과 영업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의 대응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주거와 복지 문제를 경찰력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앞으로 매주 이동명령 발부 건수와 발부 사유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노숙인이나 구걸 행위가 얼마나 단속 대상이 되는지, 제도가 공공장소의 질서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도의 성패는 단순히 거리에서 노숙인을 이동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식사, 복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클랜드의 거리 관리 정책이 공공질서 유지와 취약계층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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