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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 살해한 이하경, 비가석방 기간 17년→10년으로 줄어

Lawrence Smith/ Stuff Pool  Source: RNZ
Lawrence Smith/ Stuff Pool Source: RNZ

  • 항소법원 “Dickason 사건과 형량 차이 지나치게 커”…종신형은 그대로 유지

 

두 자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창고에 방치했던 이하경(Hakyung Lee)​의 최소 비가석방 기간(non-parole period)이 기존 17년에서 10년으로 7년 줄었다.

 

다만 이씨에게 내려진 종신형(life sentence)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결정은 종신형을 없애거나 형량을 단축한 것이 아니라,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기까지 반드시 복역해야 하는 최소 기간을 줄인 것이다.

 

뉴질랜드 항소법원은 이씨의 형량과 세 딸을 살해한 또 다른 어머니 Lauren Dickason의 형량 사이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Dickason은 세 딸을 살해한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았지만 6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다. 반면 이씨는 종신형과 함께 최소 17년의 비가석방 기간이 부과돼 실질적으로 Dickason보다 훨씬 오랜 기간 수감될 가능성이 있었다.


 

항소법원은 이러한 차이가 양형의 목적과 원칙에 비춰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이씨에게 내려진 기존 형량이 “명백히 부당(manifestly unjust)”​하다고 판단했다.

 

남편 사망 몇 달 뒤 두 자녀 살해

이씨는 2018년 6월 오클랜드 파파토에토에의 자택에서 당시 8세였던 딸 Juna Jo와 6세였던 아들 Minu Jo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는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지 몇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주스와 함께 먹여 치명적인 과다복용을 일으킨 뒤 숨지게 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후 아이들의 시신을 비닐로 감싸 여행용 가방에 넣고 창고에 버렸다. 그리고 이름을 바꾸고 해외로 떠났다.

 

아이들의 죽음은 무려 5년 뒤인 2023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이씨가 사용했던 창고의 보관 물품이 경매로 넘어갔고, 해당 물품을 낙찰받은 가족이 창고 안에서 가방을 발견하면서 두 어린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재판 직전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먹였다” 인정

이씨는 사건 이후 오랫동안 자신이 아이들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을 앞두고 결국 자신이 의도적으로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주스에 섞어 먹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에서 이씨의 변호인 측은 범행 당시 이씨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이상(insanity)​을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씨는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고등법원은 이씨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면서 최소 17년의 비가석방 기간을 설정했다.

 

범행에 가중 요소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종신형에 일반적인 최소 기간보다 긴 비가석방 기간을 부과할 수 있는데, 이씨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 “계획적이고 계산된 범행이었다”

당시 Geoff Venning 고등법원 판사는 이씨의 범행이 다른 사건과 구별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세 딸을 살해한 Lauren Dickason 사건에서는 당시 심각한 우울증과 인지 왜곡, 판단력 저하가 범행을 직접적으로 이끌었다고 봤다.

 

반면 이씨의 경우에는 정신건강 문제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이 범행을 지배하거나 직접적으로 이끌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Venning 판사는 이씨가 아이들을 살해한 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즉흥적이고 혼란스러운 범행이라기보다는 계획적이고 계산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뒤 은폐까지 했다는 점을 무겁게 본 것이다.

 

항소법원은 정신질환의 역할을 다르게 봤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이씨의 변호인 Chris Wilkinson-Smith는 다른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이씨와 Dickason 모두 자녀를 살해할 당시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으며, 두 사건 모두 그러한 정신적 장애가 없었다면 범행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Dickason의 범행이 여러 측면에서 훨씬 더 잔혹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사건 사이에 이처럼 큰 실제 복역기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항소법원 역시 이씨의 정신질환이 범행에서 차지한 역할을 기존 재판부와 다르게 평가했다.

 

Christian Whata, Andru Isac, David Johnstone 판사로 구성된 항소법원은 이씨가 남편의 사망 이후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좋은 어머니가 되려고 노력했던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른 일부 자녀 살해 사건과 달리 이씨가 아이들을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방치하거나 학대한 정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사주고, 아이들 중심의 활동과 여행을 함께 하는 등 자녀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증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범행 직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퀸스타운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정신질환이 없었다면 아이들은 지금 살아 있을 것”

항소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 가운데 하나는 정신질환의 인과관계였다.

 

재판부는 이씨가 자녀를 살해하게 된 데 정신질환이 ‘지배적인 기여 요인(dominating contributing factor)’이었다고 판단했다.

 

즉 정신질환이 없었다면 이씨가 아이들을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렇다면 두 어린이는 현재까지 살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항소법원은 이러한 점에서 이씨 사건의 정신질환과 Dickason 사건에서 정신질환이 범행에 미친 영향이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재판부가 이 두 사건에서 정신질환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다르게 평가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 복역기간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

항소법원이 특히 주목한 것은 두 사건에서 발생하는 실제 수감기간의 차이였다.

 

Dickason은 세 딸을 살해한 혐의로 18년형을 받았지만 6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다.

 

반면 이씨는 종신형에 최소 17년의 비가석방 기간이 설정돼 있었다.

 

항소법원은 이로 인해 이씨가 실제로는 Dickason보다 거의 세 배에 가까운 기간 동안 수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의 목적과 원칙을 적용할 때 이처럼 큰 차이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기존 17년의 비가석방 기간을 10년으로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종신형은 그대로…10년 뒤 자동 석방도 아니다

이번 결정에서 교민들이 특히 주의해서 볼 부분은 “10년으로 줄었다 = 10년 뒤 석방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씨에게 내려진 종신형은 그대로 유지된다.

 

10년은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일 뿐이며, 1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가석방 여부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 결정되며, 법원이 이번에 범죄의 책임 자체를 없앤 것도 아니다.

 

또한 이씨가 형을 선고받을 당시 내려진 Mental Health (Compulsory Assessment and Treatment) Act 1992에 따른 특별 환자(special patient) 구금 명령도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이번 항소심 결정은 이씨가 저지른 살인의 유죄 판결이나 종신형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의 역할과 다른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최소 복역기간을 조정한 결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번 판결은 심각한 범죄에서 정신질환을 양형에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사건에서 형량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를 둘러싼 뉴질랜드 사법체계의 어려운 문제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녀 살해 사건이라는 극도로 중대한 범죄에서도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와 범행 과정, 사후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항소법원 결정은 향후 유사한 사건의 양형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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