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프로그램의 숨겨진 비용
- WeeklyKorea
-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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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받으려고 개인정보까지?”

마트와 소매점에서 포인트를 적립하고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로열티 프로그램(loyalty programme)이 소비자보다 유통업체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들은 포인트와 쿠폰, 할인 혜택을 받는 대신 자신의 구매 기록과 개인정보를 업체에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에 비해 소비자가 받는 보상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뉴질랜드 대형 철물점인 Bunnings도 처음으로 자체 로열티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고객이 500달러를 사용할 때마다 5달러의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호주 Edith Cowan University의 마케팅·서비스과학 교수 산지트 로이(Sanjit Roy)는 최근 슈퍼마켓 고객 800명을 대상으로 로열티 프로그램 이용 행태를 조사했다.
그는 전 세계 로열티 프로그램 시장 규모가 2026년 173억8000만 미국달러(약 294억9000만 뉴질랜드달러)에서 2034년에는 516억5000만 미국달러(약 876억3000만 뉴질랜드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인트의 대가로 제공하는 것은 ‘구매 데이터’
로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할 때 단순히 포인트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양의 구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이 매장에서 로열티 카드를 스캔하면 어떤 상품을 언제, 얼마나 자주 구매했는지 등의 정보가 기록된다.
식료품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구매 빈도는 어떤지 등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장기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데이터의 가치와 자신이 받는 보상을 제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로이 교수는 많은 고객들이 계산대에서 결제하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받고 무엇을 포기하는지에 대한 비용·편익을 따져볼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는 결제 과정에서 “리워드 카드를 스캔하시겠습니까?”라고 자연스럽게 묻고, 이러한 반복적인 행동이 소비자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도 흔한 로열티 프로그램
뉴질랜드 소비자들에게도 로열티 프로그램은 이미 일상적인 쇼핑의 일부가 됐다.

대표적으로 Woolworths의 Everyday Rewards 프로그램은 2000포인트를 모으면 15달러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한다.
그러나 로이 교수는 소비자가 1달러를 사용할 때마다 포인트를 하나씩 적립하고 상당한 금액을 소비한 뒤에야 작은 할인 혜택을 받는 구조가 과연 소비자에게 충분한 보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체가 수집한 구매 데이터를 실제 할인이나 맞춤형 혜택으로 충분히 돌려주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제공할 이유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소비자 데이터의 가치는 커져
로이 교수는 앞으로 로열티 프로그램이 지금보다 훨씬 정교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체들이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소비 패턴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정기적으로 기저귀를 구매하고 있다면, 단순히 일정 포인트를 적립한 뒤 쿠폰을 제공하는 대신 구매 주기를 분석해 기저귀가 떨어질 시점에 맞춰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인트를 오랫동안 모을 필요 없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순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개인별 소비 패턴을 분석해 필요한 상품에 즉각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로열티 프로그램이 소비자에게도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소비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현재의 로열티 프로그램은 소비자보다 기업에 훨씬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것이 로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이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반면, 소비자는 그 대가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할인과 포인트를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Consumer NZ 역시 과거 슈퍼마켓들이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이나 고객에게 가격을 높일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즉, 소비자가 할인받기 위해 제공한 데이터가 오히려 향후 가격 책정이나 마케팅 전략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열티 프로그램, ‘할인’보다 ‘신뢰’가 중요
로이 교수는 로열티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려면 무엇보다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단순한 데이터 포인트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걸맞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단순히 매출 확대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인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로열티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비자가 로열티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포인트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가 아니다.
포인트와 할인 혜택을 받는 대신 어떤 개인정보와 구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의 가치에 비해 자신이 실제로 충분한 혜택을 받고 있는지를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AI를 활용한 소비자 데이터 분석이 확대될수록 로열티 프로그램은 더욱 편리해지는 동시에 개인정보와 가격 책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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