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열 목사 목회 칼럼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기억’의 반대말
- Weekly Korea EDIT
- 10월 9일
- 2분 분량

한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얼굴 부위별 명칭을 알려주기 위해, 종이에 큰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그 안에 입, 귀, 코, 그리고 오른쪽 눈까지만 그리고는, 왼쪽 눈은 그리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질문을 합니다.
‘뭐가 없나요?’ 그러면 ‘몰라요.’, ‘눈이 없어요.’, ‘눈 하나가 없어요.’ 라고 아이들이 답합니다. 그 중에 어떤 아이가 ‘왼쪽 눈이 없어요!’라고 대답을 하죠. 선생님은 놀라며 이 아이를 똑똑하다고 칭찬을 해줍니다.
그런데 머뭇거리는 한 아이에게 선생님이 ‘뭐가 없냐?’고 하자, ‘몸이 없어요!’라고 대답 합니다. 정답에서 벗어나자, 선생님은 살짝 당황을 했고, 아이들은 선생님의 그 모습을 지켜 봅니다. 그 이후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선생님이 요구하는 의도와 답을 찾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들의 부모와 선배와 선생님들에게 정해진 정답을 찾아 드리고, 그 보상으로 칭찬을 받는 교육에 길들여지게 됩니다.
‘기억’의 반대말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망각’이라 할 겁니다. 길들여진 교육에 의해 나온 답입니다. 그런데 이 뻔한 대답은 AI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연명하기도 힘든 반응일 뿐입니다. 한 저명한 유태인 학자가, ‘기억’의 반대말을 ‘망각’이 아니라 ‘상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억은 ‘과거’의 것을 들추어내서 잊지 않는 것이라면, ‘상상’은 미래의 것을 유추해 내서 잊지 않으려고 정진하기 때문입니다. 말 장난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입니다. 과거에 매여 살고 과거에 의해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에게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입니다.
이것은 구구단을 결코 가르치지 않는 유태인식 교육의 결실입니다. 아이들은 초고속으로 정답을 알려주는 구구단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내는 수 만 가지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한가지 방법 이외에는 정답을 찾아 가는 길을 전혀 모르는 아이와, 어릴 때부터 정답으로 가는 수 만 가지 길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아이의 미래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기억’의 반대말이 ‘상상’이라고 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면 좋은 징조입니다. 이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고, 이후로 우리는 평생 소비자로 연명하는 삶에서 벗어나, 생산자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9장에는 나면서부터 시각 장애를 가긴 사람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이렇게 질문합니다. ‘선생님,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자기 죄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여기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커다란 편견이 이미 내재되어 있습니다. 역사라는 물줄기가 만들어낸 도도한 흐름과 같습니다. 하나는 ‘장애자로 태어난 것은 과거 누군가의 죄 때문이라는 편견’입니다. 다른 하나는 ‘과거가 나의 현재를 지배한다는 편견’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편견을 모두 깨트리시는 답을 하셨습니다. 마태복음 9장 3절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 이 대답은 엄청난 힘으로 밀려오던 ‘과거주의’라는 역사의 물줄기를 틀어버리는 혁명이었습니다. ‘과거주의’란 인과응보, 자업자득, 연기론(緣起論)과 같은 사상이죠.
그런데 예수님은, 이 시각장애가 과거의 영향이 아닌 미래의 영향으로 비롯된 것이라는 충격적인 답을 하신 겁니다. ‘기억’의 반대말이 단지 과거의 경험을 잊어버리는 망각이라면 우리에게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는 결국 ‘쌘 약물’에 의지 해야만 망각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의 반대말이 ‘상상’이 된다면, 우리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쌘 약물’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미래가 비추는 등불에 의지해, 내 자신과 내 가족과 공동체와 더 나아가서 인류를 위하는 트라우마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박성열 목사 목회 칼럼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박성열 목사는 뉴질랜드 남십자성어린이예술단 음악감독으로 8년(1997-2004)간 봉사했으며, 뉴질랜드 시온합창단(성인혼성) 지휘자로 또 8년(2005-2012)간 봉사했다. 또 뉴질랜드 오페라단 단원으로 12년(2005-2016)간 활동했다.
현재는 오클랜드 장로합창단 지휘자로 12년(2014- 현재)째 봉사하고 있으며, 오클랜드 오라토리오코랄 운영위원장으로 11년(2015- 현재)째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 예수찬양교회 시니어 목사로 19년(2007- 현재)째 사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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