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론 피해 가족에게 집 선물한 뉴질랜드 사업가
“친구, 이 집 그냥 가지세요”

헤이스팅스 사업가 제러미 해너레이, 가브리엘 사이클론으로 집 잃은 단골 가족에게 80년 된 주택 기증… 3년 넘은 재해 복구 속 따뜻한 나눔
뉴질랜드 북섬 혹스베이 지역의 한 사업가가 사이클론으로 집을 잃은 단골 고객 가족에게 주택 한 채를 선물해 지역사회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재해 발생 3년이 넘도록 여전히 삶의 터전을 되찾지 못한 가족을 위해 자신의 부동산을 내놓은 것으로, 지역사회가 서로를 돕는 연대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헤이스팅스에서 사냥·낚시용품점 ‘리버스 투 레인지스(Rivers to Ranges)’를 운영하는 사업가 제러미 해너레이(Jeremy Hanaray)는 오랜 단골 고객의 가족에게 두 세대로 나뉜 형태의 오래된 주택을 기증했다.
해당 주택은 약 80년 된 치장벽토(stucco) 건물로, 원래 그의 가게 바로 옆 부지에 임대용 주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해너레이는 오랫동안 이 주택을 철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 세입자와 관련한 문제가 간혹 발생했고, 주택이 있던 자리를 고객용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 카펫을 설치했는데도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자 주택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단순히 부동산을 처분하려던 계획은 예상치 못한 선행으로 이어졌다.
“집이 필요하신가요?”… 단골에게 건넨 뜻밖의 제안
해너레이는 올해 초 오랫동안 알고 지낸 단골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볍게 물었다.

“친구, 혹시 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세요?”
고객은 실제로 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해너레이는 눈앞에 있는 주택을 가리키며 “저 집을 가져가셔도 됩니다, 친구”라고 말했다.
고객은 뜻밖의 제안에 놀라면서, 그날 자신이 가게를 찾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당시 고객은 탄약을 구매하기 위해 가게를 방문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주택 선물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 고객 가족은 2023년 사이클론 가브리엘(Cyclone Gabrielle)로 집을 잃은 피해자였다. 사이클론으로 생활 터전을 잃은 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했던 가족에게 이번 제안은 삶을 다시 꾸려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주택 이전 준비는 4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이전이 이뤄지기 전인 8월, 집을 선물받기로 했던 고객이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해너레이는 고인의 아내와 가족들과 함께 주택 이전 계획을 계속 추진했다. 가족은 주택 이전 비용을 부담했고, 오랜 준비 끝에 집은 월요일 밤 새로운 부지인 오마후(Omāhu)로 옮겨졌다.
주택 이전 순조롭게 마무리… 가족은 새 보금자리 꾸밀 준비
주택 이전을 담당한 브리튼스 하우스 무버스 혹스베이 지점의 엘윈 프라이어(Elwyn Fryer) 지점장은 작업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주택은 월요일 밤 새 부지에 도착했고, 작업팀은 화요일 기초 지지대인 파일(piles)을 설치했다. 수요일에는 주택을 지지대 위에 내려놓는 작업까지 마쳐 가족이 내부 개조와 보수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제 가족은 주택을 자신들의 생활에 맞게 수리하고 꾸미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해너레이에게도 이번 일은 단순히 오래된 주택을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건물이 재해로 집을 잃은 가족에게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주택 이전이 마무리된 뒤 가게 고객들을 위한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점도 반겼다. 사냥용 총기 등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먼 거리를 걸어 이동하지 않아도 되도록 주차장을 마련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선물을 받은 단골 고객이 주택 이전이 완료된 모습을 함께 보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가브리엘 사이클론 3년 지나도 복구는 현재진행형
헤이스팅스의 웬디 숄럼(Wendy Schollum) 시장은 이번 주택 이전이 사이클론 가브리엘 피해 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2023년 뉴질랜드를 강타한 사이클론 가브리엘은 혹스베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큰 피해를 남겼다.
특히 오마후 지역은 사이클론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홍수로 주민 수백 명이 대피해야 했다. 주택뿐 아니라 지역 마라에(marae·마오리 공동체의 집회·문화 공간)와 묘지 등도 피해를 입거나 침수됐다.

숄럼 시장은 재해 발생 후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삶을 재건하고 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들이 있다며, 지방정부 역시 지역 내 도로와 교량, 각종 기반시설을 복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가족이 다른 가족을 돕기 위해 주택을 내놓은 것이 이번 사례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사이클론 이후 헤이스팅스 지역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고 지원해 온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새집을 꾸미게 될 가족에게 행운을 기원했다.

재해 복구 넘어 지역사회의 연대로
이번 사례는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주민들이 피해 복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로와 교량 같은 기반시설이 복구되더라도 개인과 가족이 주거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해너레이의 결정은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나눔이 한 가족의 재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가로서 주차장 확보라는 현실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주택이 필요한 단골 고객에게 집을 제공하고 고객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족과 함께 이전을 마무리한 점은 지역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브리엘 사이클론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이번 주택 기증은 재해 복구가 단순히 건물과 도로를 복원하는 작업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집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일 역시 복구의 중요한 일부다.


.jpg)
















.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