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비자 소지자도 부당해고에 맞설 수 있다”
뉴질랜드 유학생, 해고 판정 뒤 2만7,890달러 배상받아

오클랜드 보석 매장서 예고 없이 해고
고용관계청, 고용주의 심각한 신의성실 의무 위반 인정
오클랜드의 한 고급 보석 매장에서 일하던 유학생이 사전 절차 없이 해고된 뒤 고용관계청(ERA)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2만7,890달러의 배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피해 학생은 학생비자를 소지한 유학생도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취약한 위치에 놓인 유학생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클랜드대학교에서 화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위첸 시(Yucen Xi)는 2025년 7월 19일 자신을 고용한 실버타임 트레이딩(Silvertime Trading Limited·STL)으로부터 사실상 즉각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고용관계청은 사건을 심리한 뒤 고용주의 대응이 부당했으며, 특히 근로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신의성실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에게 2만7,890달러를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시가 근무했던 곳은 오클랜드 뉴마켓(Newmarket)에 있는 고급 주얼리 브랜드 큐린(Qeelin) 매장이었다. 큐린은 구찌(Gucci), 발렌시아가(Balenciaga),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등을 보유한 글로벌 럭셔리 그룹 케링(Kering) 계열 브랜드다.
사건은 2025년 7월 19일 오후 6시께 시작됐다. 시는 지역 담당 매니저 에드윈 우(Edwin Wu)와 면담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면담의 구체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사전에 안내받지 못했다. 시는 면담 내용을 기록하기로 했고, 이후 고용관계청이 검토한 녹취록에는 사직을 요구하는 매니저의 발언이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우 매니저는 자신이 매장 책임자로서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시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스스로 사직하거나, 경고 절차를 거쳐 해고되는 방식이었다. 그는 사직할 경우 열쇠를 반납하면 되지만 해고를 선택하면 상황이 좋지 않게 끝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한 시가 퇴사를 거부하자 쇼핑몰 보안요원을 불렀고, 시는 근무를 마치지 못한 채 다른 매장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안요원의 안내를 받아 매장을 떠나야 했다.

고용관계청 심리 담당자인 사이먼 그리닝(Simon Greening)은 녹취록에서 우 매니저가 회사의 복장 및 용모 관리 규정(grooming policy)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시가 이전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용관계청은 STL이 시를 대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했으며, 고용주로서 지켜야 할 신의성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의도적이고 심각했으며 지속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시에게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일자리를 잃은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고용주의 대응으로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았으며, 우울감과 불안감을 겪었다고 밝혔다.

공개적인 상황에서 매장을 떠나야 했던 굴욕감과 경제적 압박에 더해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까지 겹치면서 일주일 동안 누구와도 이야기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학생비자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부당한 대우에 맞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가 특히 실망감을 나타낸 부분은 브랜드와 모기업의 대응이었다. 그는 매장 내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 매니저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는 구조였다고 설명하며, 정작 매니저가 직원을 괴롭히는 상황에서는 누구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시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공식적인 고충 처리 절차에 대해 안내받지 못했고, 인사부서(HR) 직원과 만난 적도 없었다. 재고 주문을 위한 연락을 제외하면 큐린 본사와 직접 소통할 기회도 없었다고 밝혔다.
큐린과 모기업 케링은 모두 존중받는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RNZ의 시사 프로그램 ‘퍼스트 업(First Up)’이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인지 질의했으나 두 회사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RNZ는 우 매니저와 STL의 이사 하이샹 알렉스 장(Haixiang Alex Zhang)에게도 입장을 요청했다. 회사 측을 고용관계청 절차에서 대리한 고용 관련 대리인 에이미 차이(Aimee Cai)는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학생 노동자, 권리 알아도 문제 제기 어려워
이민노동자협회(Migrant Workers Association·MWA)의 아누 칼로티(Anu Kaloti)는 뉴질랜드 유학생들이 취약한 고용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학생들이 뉴질랜드에서 공부하기 위해 출국 전부터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많으며, 유학 기회 자체가 학생들에게 매우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학생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학업과 생계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칼로티는 유학생들이 뉴질랜드 사회에서 취약한 구성원일 수 있으며, 자신이 직원으로서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령 권리를 알고 있더라도 고용주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을 그만두면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학업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고 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은 유학생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관계에서 겪는 정보 격차와 권리 행사에 따르는 현실적인 부담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뉴질랜드에서는 유학생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
뉴질랜드의 고용관계법은 고용주가 직원을 해고할 때 정당한 사유뿐 아니라 공정한 절차도 갖추도록 요구한다. 해고를 검토하는 경우 고용주는 관련 의혹을 충분히 조사하고, 직원에게 우려 사항을 알린 뒤 합리적으로 답변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유효한 고용관계가 성립한 직원이라면 유학생이나 임시비자 소지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권리의 범위와 취업 가능 조건은 비자 종류와 고용관계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당해고나 부당한 처우를 당했다고 판단하는 근로자는 고용주에게 개인적 고충(personal grievance)을 제기할 수 있다.
일반적인 개인적 고충은 문제가 발생했거나 이를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고용주에게 제기해야 한다. 해결되지 않는 경우 고용관계청(ERA)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성희롱 관련 고충에는 별도의 12개월 기한이 적용된다.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용계약서와 급여명세서, 근무 일정, 고용주와 주고받은 메시지, 면담 기록 등은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가능한 한 신속하게 공식적인 조언을 구하고, 정해진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판정은 유학생이라는 신분이 부당한 고용관행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법적 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알고 안전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고용주와 교육기관, 관련 지원단체의 안내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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