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만 달러도 예전 같지 않다
- WeeklyKorea
- 1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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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실질임금 후퇴와 달라진 ‘좋은 월급’의 기준

호주에서 한때 ‘연봉 10만 달러’는 안정적이고 여유 있는 삶을 상징하는 숫자였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통계는 이 기준이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ABS)에 따르면 2025년 12월까지 1년간 명목임금은 3.4%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8% 올라,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웃돌았다.

그 결과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겉으로는 월급이 올랐지만, 실제 구매력은 줄어든 셈이다.
‘6자리 연봉’의 가치 하락
과거에는 연 10만 호주달러(A$100,000)를 넘기면 중상위 소득층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강했다. 2010년만 해도 풀타임 근로자 중 약 10%만이 이 수준을 벌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그 비율이 45%에 달한다. 거의 두 명 중 한 명이 ‘6자리 연봉자’인 셈이다.

문제는 체감이다. 주거비가 급등한 시드니·멜버른 등 대도시에서는 연봉 10만 달러를 받아도 여전히 생활이 빠듯하다는 반응이 많다.
물가 상승을 반영해 계산하면, 오늘날 10만 달러의 구매력은 2010년 기준 약 6만7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숫자는 그대로지만, 실제 생활 수준은 과거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좋은 월급’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은 예산을 압박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기대하는 생활 수준의 기준점 자체를 조용히 이동시킨다.
생활수준 vs. 불평등
생활비 논쟁에는 두 가지 다른 질문이 뒤섞여 있다. 첫째는 “실질임금이 오르고 있는가”라는 생활수준의 문제다. 둘째는 “임금이 사회 전체에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가”라는 불평등의 문제다.

University of Melbourne의 연구진이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 호주인은 임금 불평등의 실제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소득층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실제보다 낮게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정책 논의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불평등의 정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에 대한 지지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줄어들기를 원했다. 또한 정확한 통계를 제시받았을 때는 재분배 정책에 대한 지지도도 높아졌다.
숫자 너머의 질문들
이번 임금 통계는 단기적인 수치를 보여줄 뿐, 장기적인 흐름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임금 상승이 지속적으로 물가를 앞지르고 있는가?
임금 상승의 혜택은 어느 산업·성별·계층에 집중되고 있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편안한 생활에 필요한 소득’ 기준은 현실에 맞게 업데이트됐는가?
팬데믹 이후 급등한 물가를 고려하면, 몇 분기 임금이 오르는 것만으로는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다. 특히 주거비, 보험료, 보육비 등 필수지출이 빠르게 상승한 상황에서는 체감 생활수준이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뉴질랜드 교민 사회에 주는 시사점
호주의 사례는 뉴질랜드 교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목임금 인상만으로는 실제 생활이 나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좋은 소득’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로 이주를 고려하는 교민이라면 단순 연봉 숫자보다 주거비·세금·생활비를 반영한 실질 구매력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오늘의 임금 통계는 단순히 “얼마를 버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조용히 기준을 바꿔놓았고, 이제 사회는 그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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