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빚의 심리학’
- Weekly Korea EDIT
- 7월 16일
- 3분 분량
왜 당신은 이 드라마에 매료됐거나 불편했을까?

■ “아저씨, 저랑 게임 하나 하실래요?”
단순해 보이는 이 한 마디는 극심한 채무에 시달리던 기훈(이정재)을 죽음의 게임으로 이끌었다.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생존 서바이벌이 아니다. 이 작품은 '경제적 스트레스가 인간의 심리와 도덕성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정밀하게 그려낸 심리 드라마이기도 하다.
■ 경제적 불안은 인간의 이성과 도덕을 마비시킨다
현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금전적 스트레스는 인지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대역폭 낙후(bandwidth hijacking)’ 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은 일상적인 판단, 도덕적 선택, 장기적 계획에 쓸 여유를 잃는다.
《오징어 게임》은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한다. 서울대 출신 엘리트인 상우(박해수)는 무리한 투자로 생긴 채무로 인해 게임에 참가하고, 도덕성을 저버린 채 알리(아누팜 트리파티)를 배신하고, 유리다리에서 사람을 밀어 죽이며, 마지막엔 어릴 적 친구 기훈마저 죽이려 한다.

그는 악인이 아니라, 절박한 생존 본능에 의해 도덕 판단이 마비된 인간의 전형이다.
■ “우리는 언제든 숫자가 될 수 있다”
게임 참가자들은 서로를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부른다. 이는 경제 시스템이 인간을 데이터로 환원시킨다는 비판적 은유다. 마스크를 쓴 감시자들, 장기 밀매 서브플롯은 사람조차 상품화되는 자본주의의 극단을 상징한다.
첫 시즌의 감정적 핵심이 되는 새벽(정호연)과 지영(이유미)의 장면도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영은 “당신은 살아야 해”라며 일부러 게임에서 져주는 희생을 택한다. 자매애와 연대가 경쟁 중심 사회에서 얼마나 귀하고 희귀한 감정인지를 보여준다.
기훈 또한 일남(오영수)과 구슬치기를 하며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선의를 유지하려는 인간도 결국 타협하게 됨을 보여준다.

■ 왜 전 세계인이 이 드라마에 열광했을까?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방영되었고, 당시 수백만 명이 실직, 주거 상실, 생계 위협을 경험하고 있었다. 극한의 경제 상황은 더 이상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단순한 오락을 본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압박을 투사할 수 있는 거울을 마주한 것이다.
■ 넷플릭스는 반자본주의 비판을 상품으로 만들었다
《오징어 게임》은 시즌 3까지 이어지며, 이제는 현실 게임 쇼와 굿즈까지 동반한 수십억 달러짜리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극 중 VIP들이 인간 생명을 놀이로 소비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현실 속의 시청자 역시 경쟁과 실패, 모멸감을 오락으로 소비하고 있으며, 리얼리티 쇼 시청자들이 도덕적 제한 없이 자극을 즐기고, 자기중심성을 강화한다는 연구도 있다.
■ 당신이 《오징어 게임》을 좋아하거나 불편해하는 진짜 이유
✔ 좋아한다면?
당신은 드라마 속 게임이 자신의 현실과 닮아 있다는 직관적 인식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금전적 압박이 인지와 도덕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 싫어하거나 불쾌했다면?
이는 경제적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일 수 있다. 이를 ‘낙관 편향(optimism bias)’이라 하며, 자신은 결코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거리두기가 작용한다.
■ 오징어 게임은 허구가 아니다 – 그것은 현실의 정밀 축소판이다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오징어 게임》은 단지 드라마가 아니다.
이는 불평등이 가속화되는 오늘날 사회에서, 돈이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정밀한 인간 심리 실험이다.
각 캐릭터는 그저 픽션이 아니라, 당신이거나, 혹은 당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의 또 다른 얼굴이다.
경제적 압박은 단순히 지갑을 얇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질 자체를 갉아먹는 강력한 심리적 요인입니다. 이는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 간의 관계 모두에 영향을 준다.

1. 인지 자원 고갈 → 공감 능력 저하
‘대역폭 낙후(Bandwidth Hijacking)’ 이론에 따르면, 돈 걱정은 두뇌의 인지 자원을 갉아먹습니다.
이로 인해 상대방의 감정이나 입장을 배려할 여유가 줄어들게 되며, 이는 곧 공감 부족으로 이어진다.
2. 자존감 저하 → 고립 및 위축
경제적 어려움은 개인의 자존감(self-worth)을 떨어뜨린다.
이는 사회적 상황에서 수치심, 위축감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게 된다.
3. 불안과 분노 → 갈등의 증가
금전적 스트레스는 뇌의 편도체(amygdala)를 자극해 불안, 짜증, 분노 반응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작은 문제도 쉽게 폭발하거나 오해가 커질 수 있다.
4. 거래적 사고의 증가 → 조건부 관계화
경제적 압박 속에서는 '관계=교환'이라는 사고방식이 강해지기 쉽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뭔가 해줘야 해”와 같은 조건적 태도는 진정성 있는 관계를 해친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스트레스를 자주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을 신뢰할 확률’이 낮고, ‘사회적 연결감’을 덜 느낀다고 보고한다.
이는 결국 사회적 고립 → 정신 건강 악화 → 관계 단절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전의 가능성으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연대가 피어날 수 있는 이유가 《오징어 게임》의 지영과 새벽처럼,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더 강한 유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는 공통된 고통을 나누는 집단은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지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단, 그 전제는 “신뢰 기반의 열린 소통”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과 분열로 이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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