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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는 동결, 부족분은 빚으로?

정부 연료세 정책 놓고 재정 논쟁


Labour leader Chris Hipkins and Transport Minister Chris Bishop. Source: RNZ
Labour leader Chris Hipkins and Transport Minister Chris Bishop. Source: RNZ

 

  • 연립정부, 2027년 인상 중단 발표… 교통기금 부족분 최대 15억 달러 보전 필요

 

정부가 새해 예정됐던 유류세 인상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줄어드는 교통 재원을 결국 정부 차입, 즉 빚을 내 메워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정 논쟁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 비숍(Chris Bishop) 교통부 장관은 연립정부의 유류세 동결 정책으로 발생하는 국가 육상교통기금(National Land Transport Fund·NLTF) 재정 부족분을 다른 교통사업 예산 삭감으로 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뉴질랜드 정부 재정이 적자 상태인 만큼, 부족한 재원을 사실상 정부 차입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숍 장관은 RNZ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육상교통기금이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태라며, 유류세 인상을 미루기 위해 교통 예산을 줄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적자 상태라면 논리적으로 부족한 재원은 차입으로 충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운전자들의 당장 연료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정부 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7년 유류세 인상 취소… 2028년부터 다시 올린다

연립정부는 당초 예정됐던 2027년 1월 1일 유류세 인상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유류세 인상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8년부터 2029년 말까지 6개월마다 리터당 5센트씩 유류세를 인상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2028년 초부터 2029년 말까지 총 20센트 인상되는 구조다.


 

기존 계획은 2027년 1월부터 총 12센트를 올리고 이후 매년 6센트와 4센트를 추가 인상해 2029년까지 총 22센트 인상하는 방안이었다.

 

새 계획은 인상 폭을 2센트 줄이는 동시에 인상 시점을 늦추는 방식이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예정됐던 유류세 부담을 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금 인상이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세금 안 걷으면 결국 빚을 내야”

ACT 대표이자 부총리인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 역시 새로운 세금 수입이 없다면 차입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새로운 세금을 걷지 않는다면 차입이 대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는 뉴질랜드의 국가 재정이 이미 적자 상태라는 점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상을 미루면 국가 육상교통기금으로 들어오는 세수가 줄어들지만, 도로 유지·보수와 신규 교통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계속 발생한다.

 

정부는 교통기금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부족분을 다른 방식으로 보전해야 한다.


 

비숍 장관은 필요한 재원 가운데 약 15억 달러를 보전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올해 예산에서 연료 위기에 대비해 마련해 둔 이른바 ‘rainy day fund(비상 대비 기금)’​에서 충당할 예정이다.

 

다만 나머지 재원 조달 방식은 재무부(Treasury)의 선거 전 재정 업데이트가 나온 이후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도 유류세 동결… 재원 마련 방식은 ‘투자 축소’

흥미로운 점은 야당인 노동당(Labour) 역시 향후 3년 동안 유류세 인상을 동결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원 마련 방식에서는 연립정부와 차이를 보인다.

 

노동당 대표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는 국가 육상교통기금에서 추진하는 투자 규모를 줄여 사용 가능한 재원 범위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지방정부에 지방세(Rates) 상한선에 맞춰 지출 계획을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의 교통기금 역시 재정 여건에 맞춰 사업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세금 인상 없이 부족한 돈을 빚으로 충당하기보다는 일부 교통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힙킨스 대표 역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추가 차입을 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약속하지는 않았다.

 

RNZ가 여러 차례 추가 차입 가능성을 묻자, 그는 아직 노동당의 전체 재정정책을 발표하는 단계가 아니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정부 사업도 우선순위 정해야”

힙킨스 대표는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교통기금 내 사업의 우선순위를 더욱 엄격하게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대형 교통사업에 대한 예산 투입을 비판하며, 불필요하거나 경제성이 낮은 사업에 돈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곤돌라 프로젝트와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가 취소되는 도로 사업 등을 예로 들며, 교통기금의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은 정부가 발표한 약 15억 달러 규모의 교통기금 보충 계획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가적인 부족분에 대해서는 다른 재원 조달 방법과 투자 규모 축소 등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 정책이면 부족액 최대 46억 달러”

비숍 장관은 노동당의 유류세 동결 정책이 연립정부보다 훨씬 큰 재정 부족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이 3년 동안 유류세 인상을 전혀 하지 않을 경우 교통기금 부족액이 최대 46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힙킨스 대표는 이 수치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 부족액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자체적인 추산을 갖고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며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양측 모두 유류세 부담을 당장 낮추거나 동결하겠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를 놓고 뚜렷한 차이와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RUC 인상도 당분간 없을 듯

힙킨스 대표는 향후 3년 동안 도로 사용자 부담금(Road User Charges·RUC) 가격을 올리는 방안 역시 배제했다.


 

RUC는 주로 디젤 차량과 일부 전기차 운전자 등이 주행거리에 따라 부담하는 도로 이용료다.

 

노동당은 장기적으로 모든 차량을 전자식 도로사용료 시스템인 e-RUC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정부 역시 전체 차량을 대상으로 한 보다 통합적인 전자식 도로사용료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현재처럼 연료 종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도로 이용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새로운 교통 재원 시스템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에게는 ‘당장의 절약’, 정부에는 ‘미래의 부담’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휘발유 가격 문제가 아니다. 유류세 인상을 동결하면 운전자들은 당장 주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세금 수입이 줄어든 만큼 도로 유지·보수와 신규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가 새로운 문제가 된다.

 

정부가 차입을 선택하면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다른 사업 예산을 줄이면 교통 인프라 투자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반대로 유류세를 예정대로 올리면 정부 재정은 안정될 수 있지만,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운전자들의 부담은 커진다.

 

이번 유류세 동결 정책은 결국 ‘지금 운전자의 부담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국가 부채와 교통 투자 부담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연립정부와 노동당 모두 유류세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뉴질랜드 유권자들에게는 앞으로 각 정당이 제시할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과 재정정책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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