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버스 3대 연속 고장에 30km 귀갓길
휠체어 타고 7시간 반 동안 홀로 사투

캔터베리 지역 60세 여성, 휠체어 리프트 작동 불량으로 버스 이용 포기
자전거도로와 비포장길 따라 귀가
뉴질랜드 캔터베리 지역에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60세 여성이 버스 3대의 연속적인 접근성 장비 문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약 30km 거리를 7시간 30분 동안 이동해 귀가하는 일이 발생했다.
버스에 있는 휠체어 승강용 경사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장애인 대중교통 접근성과 버스 운영업체의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크라이스트처치에 거주하는 트레이시 피터스(Tracy Peters)는 노동절 연휴를 맞아 화창한 날씨를 즐기기 위해 랑기오라(Rangiora) 경마장에서 열린 축제를 방문했다. 그는 척추 부상으로 전동휠체어를 상시 이용하고 있으며, 자신의 휠체어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약 186kg에 달한다.
피터스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랑기오라로 이동할 때는 버스 운전기사가 경사로를 내려줘 별다른 문제 없이 탑승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자 휠체어가 내릴 수 있도록 경사로를 작동시키는 데 실패했다.
운전기사와 주변 사람들이 경사로를 수동으로 해제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버스는 랑기오라 시내 주요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고, 그곳에서도 여러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무거운 전동휠체어를 탄 피터스를 안전하게 버스 밖으로 이동시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운전기사는 차고지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으며, 피터스도 버스 안에서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 다음 운행 시간에 늦을 것을 걱정하는 운전기사와 달리 피터스는 버스 안에 계속 갇혀 있어야 했다.
결국 그는 소방서에 연락해 버스 안에 휠체어를 탄 채 갇혀 있다고 신고했다.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할 무렵 다른 버스 운전기사가 숟가락을 경사로 아래에 끼워 넣는 방법으로 장치를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피터스가 두 번째 버스를 이용하려 했지만, 경사로가 다시 접힌 뒤 바닥과 수평을 이루지 못했다. 휠체어가 경사로에서 미끄러지거나 밖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없었다.

마침 세 번째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도 탑승은 거부됐다. 피터스에 따르면 세 번째 버스 운전기사는 친절하기는 했지만 자신을 태우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버스 안내 전화번호로 연락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피터스는 노동절 공휴일이라 이용할 수 있는 택시가 없었고, 장애인 전용 교통서비스도 운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갈 수 있는 다른 버스가 있는지 문의했지만 이용 가능한 노선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배터리 충전 후 자전거도로로 30km 이동
더 이상 버스를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피터스는 직접 전동휠체어를 몰고 귀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휠체어는 배터리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약 20km밖에 이동할 수 없었다. 랑기오라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는 약 30km에 달하는 거리였다.

그는 먼저 맥도날드 매장을 찾아 약 1시간 동안 휠체어 배터리를 충전했다. 이후 누군가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준 것을 기억하고, 자전거도로와 비포장 구간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피터스는 이동 도중 친구에게 연락해 30분마다 자신의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야간에 길을 잃거나 사고를 당할 가능성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동 중 만난 푸케코(pūkeko·뉴질랜드 토종 물새)와 목장의 소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전동휠체어에 관심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강한 바람은 예상보다 훨씬 위험했다.

무게가 186kg에 달하는 휠체어조차 거센 바람에 흔들렸고, 피터스는 이동하는 내내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약 7시간 30분의 고된 이동 끝에 무사히 집에 도착했지만, 휠체어는 상당 부분 손상됐고 장시간 울퉁불퉁한 길을 이동한 탓에 근육 경련도 악화됐다.
그는 이번 경험에 대해 “다시는 버스를 타고 싶지 않다”며 “소방서에 전화해 휠체어를 탄 채 버스에 갇혀 있다고 말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20년 경력 전직 버스기사…“승객을 길에 남겨두지 않는 것이 원칙”
피터스는 과거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약 20년 동안 버스 운전기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회사 관리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승객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남겨두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재 일부 버스 운전기사들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기사들이 기본적인 수리 도구를 차량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피터스는 이번 일과 관련해 캔터베리 지역의 대중교통을 관리하는 캔터베리 지역의회에 공식 민원을 제기했다. 고객서비스 부서로부터 사과를 받았지만, 단순한 사과를 넘어 버스 운영업체가 실제로 발생한 문제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도 크라이스트처치 버스에서 휠체어 경사로가 작동하지 않는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운영업체 사과…지역의회 조사 착수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버스 운영업체 키네틱(Kinetic)은 RNZ에 보낸 성명을 통해 피터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경험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불편과 좌절감을 안겼을지 이해한다며, 피터스로부터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심층적인 대화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건 경위를 검토해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운영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캔터베리 지역의회 대중교통 총괄 책임자인 스튜어트 기번은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시민이 존엄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회에 따르면 메트로(Metro) 대중교통 네트워크에 투입되는 모든 버스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휠체어 경사로와 차체 높이를 낮추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경사로에 결함이 발견되면 운전기사가 이를 보고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며, 장애인 승객이 접근성 문제로 탑승하지 못할 경우에는 운전기사가 관제실에 연락해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기번 총괄 책임자는 현재까지의 초기 조사 결과, 이번 사건에서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운영업체와 함께 당시 상황과 재발 방지 방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 “전동휠체어 이용자 안전 확보해야”
크라이스트처치에 본부를 둔 뉴질랜드 척수장애인 신탁(New Zealand Spinal Trust)의 앤드루 홀 대변인은 일부 버스의 장비와 운전기사 대응 방식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피터스가 겪은 상황이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며, 운전기사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홀 대변인은 캔터베리 지역의 버스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경사로 고장이나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거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도입된 일부 신형 버스에서 100kg이 넘는 전동휠체어가 경사로를 통과할 때 경사로가 휘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대중교통은 일상생활과 이동을 위한 중요한 수단인 만큼 장비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버스 고장을 넘어 장애인 승객이 이동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휠체어 승강 장치의 정기 점검과 운전기사 교육, 운행 중 고장 발생 시 대체 교통수단 제공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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