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vs 노동당, 내 노후자금 달라진다
키위세이버, 어느 당이 더 유리할까?

국민당 “직원 6%+고용주 6% 의무화”
노동당 “고용주 6%, 직원은 자유롭게”
25세 연봉 6만 달러 근로자, 예상 적립액 최대 22만7천 달러 차이
총선을 앞두고 키위세이버(KiwiSaver)가 주요 정책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당과 노동당 모두 국민의 노후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근로자에게 얼마를 의무적으로 저축하게 할 것인가를 놓고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국민당은 “지금 조금 더 강제로 저축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방향이고, 노동당은 “고용주의 부담은 높이되 근로자는 자신의 형편에 따라 저축액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접근이다.
이 차이는 장기적으로 개인의 키위세이버 잔액뿐 아니라 현재 매주 손에 쥐는 실수령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당 “2032년까지 직원 6%, 고용주 6%”
국민당이 제시한 방안의 핵심은 키위세이버 가입과 저축을 더욱 의무화하는 것이다.
2032년까지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임금의 6%씩 키위세이버에 납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근로자가 3.5%, 4%, 6%, 8%, 10% 등의 비율을 선택할 수 있으며 기본 납입률은 3.5%다. 2028년에는 기본 납입률이 4%로 올라갈 예정이다.
국민당 계획이 시행되면 근로자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납입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임금에서 빠져나가는 키위세이버 금액이 현재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대신 그만큼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개인 저축액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당은 여기에 더해 아기가 태어나면 자동으로 키위세이버에 가입시키고 정부가 1,500달러를 출발금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장기간 투자와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출생 당시 지급되는 1,500달러도 상당한 금액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노동당은 “고용주는 6%, 직원은 선택권”
노동당의 접근은 다르다.
노동당은 고용주의 키위세이버 부담을 6%까지 높이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최소 의무 납입률은 없애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근로자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더 많이 저축하고, 주택대출이나 생활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납입액을 줄이거나 잠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도 정부는 일정 조건 아래 키위세이버 납입액을 일시적으로 3%까지 낮출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 납입률은 2026년 4월부터 3.5%로 올라갔으며, 2028년에는 4%로 다시 올라갈 예정이다.
따라서 노동당의 제안은 근로자가 자신의 재정상황에 맞춰 저축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정책을 장기간 적용한다고 가정한 비교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현재 25세이고 연봉이 6만 달러인 근로자가 기본 납입률로 키위세이버에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노동당 정책에서는 은퇴 시점에 약 101만4천 달러, 국민당 정책에서는 약 124만1천 달러의 잔액을 보유할 수 있다는 추산이 제시됐다.

약 22만7천 달러의 차이다.
그러나 이 차이는 공짜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당 시나리오에서는 근로자 본인이 더 많은 돈을 키위세이버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받는 급여에서 빠져나가는 금액도 더 많아진다.
즉, 국민당 방식은 미래의 은퇴자산을 키우는 대신 현재의 소비 여력을 줄이는 구조다.
45세 근로자는?
45세이고 연봉 10만 달러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에서는 노동당 방식의 예상 키위세이버 잔액이 약 34만 달러, 국민당 방식은 약 42만4천 달러로 추산됐다.

이번에도 국민당 방안이 약 8만4천 달러 더 많은 은퇴자산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5세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민당 정책에서는 근로자가 더 많은 돈을 현재의 급여에서 떼어 저축해야 한다.
“나는 돈을 넣지 않아도 되나?”
여기서 두 정책의 차이가 더욱 뚜렷해진다.
노동당 방안에서는 근로자가 자신의 돈을 키위세이버에 넣지 않더라도 고용주의 의무 납입을 통해 계좌가 계속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25세 근로자가 본인 부담금을 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노동당 방안에서는 은퇴할 때 약 56만1천 달러가 쌓일 수 있다는 추산이 제시됐다.
반면 국민당은 근로자에게도 6% 납입을 요구하기 때문에 본인 부담금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결국 두 정책의 차이는 단순히 “어느 쪽이 더 많은 돈을 주느냐”가 아니다.
현재 내 월급에서 얼마를 사용할 수 있느냐와 미래에 얼마를 가지고 은퇴할 수 있느냐 사이의 선택 문제다.
전문가들 “어느 쪽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경제 전문가들도 두 정책 가운데 어느 하나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개러스 키어넌 대표는 근로자가 추가 소득을 현재 소비할지, 장기간 투자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키위세이버에 돈을 더 넣는 대신 모기지를 먼저 갚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반면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수십 년 뒤의 은퇴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한다.
당장 필요한 돈을 사용하는 것이 30~40년 뒤를 위해 저축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일정 수준의 강제저축을 통해 국민의 노후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Z Super까지 함께 봐야 한다
키위세이버 정책을 비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NZ Super(뉴질랜드 연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약 40%는 사실상 NZ Super 이외에 다른 소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20%는 NZ Super 외에 약간의 추가 소득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키위세이버를 단순히 개인 저축상품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현재의 젊은 세대가 충분한 키위세이버 자산을 축적하지 못하면 향후 은퇴 후 정부가 제공하는 NZ Super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국민당처럼 개인의 강제저축을 크게 늘리면 은퇴 후 개인 자산은 증가할 수 있지만, 젊은 근로자들은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큰 모기지를 부담하고 있거나 자녀 양육비가 많이 드는 30~40대에게는 이 문제가 더욱 민감할 수 있다.

“호주처럼 12%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키위세이버 정책 논쟁에서는 호주와의 비교도 빠지지 않는다.
패스파인더 자산운용의 존 베리 대표는 뉴질랜드가 장기적으로 호주 수준인 12%의 고용주·근로자 합산 기여율에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뉴질랜드 국민이 은퇴를 위해 충분히 저축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간에 걸쳐 작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저축하면 복리 효과를 통해 상당한 은퇴자산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키위세이버 납입률을 높이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NZ Super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지, 또는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고려해 제도가 달라질지도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20~40대에게는 “현재 키위세이버에 얼마를 넣을 것인가”뿐 아니라 “향후 NZ Super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핵심은 ‘지금 쓸 돈’과 ‘미래에 필요한 돈’
심플리시티(Simplicity)의 샤무빌 이쿼브 수석경제학자는 두 정책의 가장 큰 차이는 결국 저축 강제 수준과 개인의 선택권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당 방식에서는 저축을 적게 하는 대신 현재 소득에 대한 선택권이 커지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더 많이 저축할 수 있다.
국민당 방식에서는 개인이 원하는 만큼 저축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이 강제로 은퇴자금으로 쌓이게 된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대의 사회초년생에게는 장기간의 복리 효과가 중요하고, 30~40대의 주택 보유자에게는 모기지와 키위세이버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며, 은퇴를 앞둔 50~60대에게는 현재 보유한 키위세이버와 향후 NZ Super를 함께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저소득 가구일수록 현재 생활비를 줄여 미래를 위해 저축할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동일한 6% 의무저축이라도 체감 부담은 훨씬 클 수 있다.
결국 이번 총선의 키위세이버 논쟁은 단순히 “국민당이 더 많이 주느냐, 노동당이 더 많이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생활수준을 조금 희생해 더 많은 노후자산을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선택권을 넓혀 현재의 재정상황에 맞게 저축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가깝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수십 년 뒤의 은퇴생활뿐 아니라 지금 당장 매주 받는 급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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