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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은행들 ‘심장 수술’에 나서다

낡은 전산 시스템 걷어내고 AI 시대 문 연다



뉴질랜드 주요 은행들이 수십 년간 사용해 온 레거시(구형) 전산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며,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대형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두고 “은행의 심장을 바꾸는 수술과 같다”고 표현할 만큼, 그 난이도와 위험성은 물론 향후 파급 효과도 크다고 평가한다.



KPMG 기술 컨설팅 파트너 레이첼 니아오(Rachael Niao)는 은행의 핵심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정말로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며 “은행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현재 뉴질랜드의 모든 주요 은행이 동시에 핵심 시스템 현대화에 착수했으며,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1960년대 기술에 묶여 있던 은행 시스템

뉴질랜드 은행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의 노후화다. 일


부 핵심 전산은 1960년대 기술 요소를 여전히 포함하고 있으며, 코볼(Cobol) 같은 오래된 프로그래밍 언어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이 언어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60~70대에 집중돼 있어, 유지·보수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구형 시스템은 작은 변경에도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들고, 실시간 결제나 AI 기반 서비스처럼 현대 금융 환경이 요구하는 기능을 감당하지 못한다.


규제 대응 역시 점점 더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레거시 시스템은 은행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AI 도입의 관건은 ‘기반 인프라’

니아오는 “AI는 데이터만큼만 똑똑하다”고 강조한다. 레거시 시스템은 데이터가 분산돼 있고 형식도 제각각이어서, AI가 이를 효율적으로 분석·활용하기 어렵다.


반면 클라우드 기반의 최신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어,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이 차이로 인해, 이미 시스템 전환을 마친 호주 은행들은 신용 리스크 분석, 유동성 예측,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에서 AI를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뉴질랜드 은행들은 아직 부분적·시험적 활용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ASB가 AI를 실시간 사기 탐지에 활용하고 있고, 웨스트팩은 규제 보고 자동화에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AI 활용의 일부’에 그친다는 평가다.



작은 규모,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흥미로운 점은 뉴질랜드 은행들의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니아오는 “호주 대형 은행보다 조직이 작고 민첩하기 때문에, 제약만 사라진다면 AI 솔루션을 훨씬 빠르게 도입해 도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위험도 크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핵심 시스템 전환에 실패할 경우 수개월간 고객들이 계좌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 번 전환하면 되돌릴 수 없다. 무조건 앞으로 고쳐야 한다”는 말처럼, 실패는 곧 은행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AI 시대에도 ‘사람 판단’은 필수

니아오는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면서도, 항상 사람의 검증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금융당국인 중앙은행(RBNZ)과 금융시장감독청(FMA) 역시 AI 사용과 관련해 투명성·리스크 관리·설명 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AI는 때때로 틀린 답을 자신 있게 내놓는다”며, 고객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인간의 책임 있는 판단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자산’이 아닌 ‘타옹가(taonga)’로

한편, AI와 데이터 활용 논의 속에서 마오리 공동체는 전혀 다른 관점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제시하고 있다.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개인의 와이루아(wairua, 영혼)와 연결된 타옹가(소중한 유산)라는 인식이다.


니아오는 일부 정부 기관이 사망자의 데이터를 폐기하기 전 카락이아(기도 의식)를 올리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는 데이터에도 존엄과 존중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마오리 데이터 주권 원칙은 정의·보건·사회복지 분야에서 공정하고 윤리적인 AI 활용의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 은행들이 감행하고 있는 이번 ‘심장 수술’은 비용도 크고 위험도 높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 한때 세계를 선도했던 금융 혁신 국가 뉴질랜드의 위상을 되찾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레이첼 니아오의 말처럼, “제약이 사라지면, 기회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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