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간 버스기사들, 빚지고 귀국도 어려워
- WeeklyKorea
-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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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해변 생활이라더니”

1만 달러 ‘보증금’ 논란…노조 “현대판 노예제와 유사” 주장, Keolis “계약 조건 사전에 모두 공개”
호주의 시드니에서 일하기 위해 뉴질랜드를 떠난 버스기사들이 ‘해변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생활과 좋은 급여’를 약속받았지만 열악한 주거환경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일을 그만두고 귀국하려면 최대 1만 호주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사우스웨일스(NSW) 교통노조인 RTBU는 민간 버스 운영회사 Keolis가 뉴질랜드 버스기사들을 대상으로 시드니 취업을 홍보하면서 항공료와 주거 지원, 매력적인 급여 등을 제시했지만, 실제 계약 과정에서 1만 달러의 ‘본드(bond)’ 또는 비용 상환 의무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제시됐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약 17명의 뉴질랜드 출신 버스기사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드니로 왔으며, 전체적으로 최대 30명까지 데려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최소 3명은 이미 뉴질랜드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노조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직장을 그만두고 짐까지 팔았다”
문제는 기사들이 호주행을 결정할 당시 이미 뉴질랜드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생활 기반을 정리했다는 점이다.
RTBU의 토비 워너스(Toby Warnes) 사무국장은 RNZ 프로그램 ‘Nine to Noon’에서 많은 기사들이 호주행을 결정한 뒤에는 쉽게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뉴질랜드 기사들에게 시드니에서의 새로운 삶을 강조하며 모집했지만, 실제로는 계약 시작 직전에 1만 달러의 본드 조건이 제시됐다고 주장했다.
이 본드는 일정 기간 근무하지 않고 퇴사할 경우 회사가 이주 비용 등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노조는 이러한 조건 때문에 기사들이 실제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쉽게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법정에서 Keolis 상대 소송
RTBU는 현재 Keolis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워너스 사무국장은 회사가 기사들을 호주로 데려오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른바 ‘bonding arrangement’가 사실상 사람들을 직장에 묶어두는 장치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행위가 호주 형법상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에 해당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호주 법률상 해외에서 사람을 유인해 호주로 데려온 뒤 약속한 조건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 심각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는 현재 노조가 제기하고 있는 주장으로, 법원이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노조는 법정에서 해당 본드가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

“시드니 해변에서 여유롭게 산다더니…”
기사들을 끌어들인 또 하나의 요소는 시드니 생활에 대한 홍보였다.
노조에 따르면 Keolis는 뉴질랜드 기사들에게 시드니 해변 근처에서 즐기는 여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생활은 상당히 달랐다는 것이 기사들의 주장이다.
긴 근무시간과 차량이 꼬리를 무는 시드니의 교통체증, 그리고 생활비에 비해 높지 않은 버스기사 급여 때문에 기대했던 ‘해변 생활’을 누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특히 시드니 북부 해변 지역은 호주에서도 주거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노조는 버스기사 급여만으로 이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생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가족과 함께 온 기사들은 좁은 아파트 생활
주거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일부 기사들은 가족까지 데리고 호주로 이동했지만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가족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회사가 제공하는 숙소도 처음 6주 동안만 지원됐고, 이후에는 기사들이 직접 집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높은 주거비다.
시드니 북부 해변 지역에서 버스기사 급여로 적절한 주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결국 호주에서 더 나은 삶을 기대했던 일부 뉴질랜드 가족들이 오히려 비좁은 주거공간과 높은 생활비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떠나고 싶어도 비용 때문에 못 떠난다”
노조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퇴사와 관련된 비용이다.
본드는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드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워너스 사무국장은 많은 기사들이 실제로 일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이미 떠나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계약 조건에 따라 이주와 관련된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뉴질랜드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로 이동한 뒤 다시 돌아가려면 항공료와 주거비, 생활비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기사들에게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노조는 이러한 구조가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퇴사를 사실상 제한한다고 보고 있다.
“납세자 돈으로 이런 고용조건을 만들어선 안 돼”
또 다른 논란은 공공자금이다.
워너스 사무국장은 시드니의 버스 서비스 계약이 납세자의 세금으로 지원되면서도 실제 운영은 Keolis 같은 민간기업이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공의 돈이 해외에서 데려온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적용하는 민간기업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고용조건이 현대판 노예제와 유사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미 NSW 교통장관에게 이 문제를 전달했으며, Keolis가 이러한 해외 인력 모집 방식을 교통당국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사실이라면 정부가 납세자의 돈으로 운영되는 대중교통 계약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Keolis “모든 조건은 사전에 설명했다”
반면 Keolis는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RNZ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주 지원을 받는 직원들에게 지원 내용과 비용 상환 의무를 명시한 계약서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용과 이주가 시작되기 전에 해당 조건에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직원이 약속된 근무기간을 채우기 전에 퇴사할 경우 고용계약과 관련 노동법에 따라 최종 급여나 미사용 휴가수당 등이 이주 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회사 측은 기사들이 계약 내용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관련 조건을 명확하게 안내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쟁점은 결국 이 계약 조건이 실제로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설명됐는지, 그리고 계약에 따른 비용 상환 의무가 법적으로 유효한지에 달려 있다.
뉴질랜드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
이번 사건은 단순히 호주에서 벌어진 한 기업과 노동조합 사이의 분쟁을 넘어, 해외 취업을 고려하는 뉴질랜드 근로자들에게도 중요한 경고가 될 수 있다.
특히 해외 취업 광고에서 제시하는 급여와 생활환경뿐 아니라 항공료, 숙소, 이주비, 퇴사 시 비용 상환 조건 등을 계약서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처음에는 ‘무료 항공편과 숙소 지원’처럼 보이는 혜택도 실제 계약에서는 일정 기간 근무하지 않을 경우 갚아야 하는 비용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통해 실제 계약 조건이 얼마나 적법한지, 그리고 회사의 모집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가 밝혀질 전망이다.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호주로 건너간 버스기사들이 기대했던 것은 더 나은 삶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높은 주거비와 장시간 노동, 그리고 퇴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수천 달러의 비용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계약서에 조건이 있었느냐”를 넘어, 해외에서 일할 노동자를 모집할 때 고용주가 조건과 위험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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