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았는데 오히려 손해…매도 주택 13%가 ‘마이너스’

오클랜드는 5채 중 1채가 손해 매각
아파트는 무려 45%가 매입가 밑으로 팔려
주택시장에서 집을 팔고도 매입가격보다 적은 돈을 손에 쥔 매도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뉴질랜드에서 거래된 주택 가운데 13.1%가 매도자가 과거 구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오클랜드와 웰링턴의 상황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심각했다. 오클랜드에서는 20.9%, 웰링턴에서는 18.4%의 주택이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부동산 분석업체 Cotality가 발표한 최신 ‘Pain & Gain’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을 손해 보고 판 거래의 중간 손실액은 6만 달러였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 매도자의 손실을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변호사 비용, 마케팅 비용 등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입가격과 매도가격만 비교한 이번 통계보다 실제 손에 남는 금액은 더 적을 가능성이 있다.
“집값이 무너진 것보다는 장기간 서서히 하락”
그렇다고 현재 뉴질랜드 주택시장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급격하게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Cotality 수석 이코노미스트 켈빈 데이비슨은 최근 주택시장의 흐름을 ‘급락’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완만한 조정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손해를 보고 집을 파는 거래 비율이 불과 1~2년 사이 거의 0%에서 약 20%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반면 이번에는 지난 4~5년에 걸쳐 서서히 상승해 현재 약 13% 수준에 도달했다.
즉, 시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기보다는 집값 상승세가 꺾인 이후 상당 기간 약세가 이어지면서 과거 고점에서 집을 산 사람들의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

오클랜드, 매도자에게 특히 어려운 시장
지역별로 보면 오클랜드와 웰링턴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오클랜드에서는 주택을 매입한 뒤 비교적 짧은 기간 보유하고 매도하는 경우 손실을 보는 사례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집을 구입한 뒤 이사를 해야 하거나, 대출 부담 때문에 매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재 시장 상황이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
데이비슨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모기지 금리가 다시 조금씩 상승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시장에 매물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매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집이 많아지면 매도자가 가격을 주도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가격 결정권이 매수자에게 있는 ‘바이어스 마켓’이 이어지면서 집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매도자에게는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타격은 아파트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파트의 부진이다.
2분기 아파트 재판매 가운데 무려 45.4%가 매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는 2010년 이후 아파트 재판매 성적 가운데 가장 약한 수준이다.
최근 12개월 동안 아파트 가격은 평균 6%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타운하우스는 약 2% 하락했고, 단독주택은 가격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손실 매각에 취약한 이유는 장기간에 걸친 자본이득, 즉 집값 상승폭 자체가 단독주택보다 작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집값이 상승하는 시장에서도 아파트가 단독주택만큼 자본이득을 얻지 못했다면,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을 때 매입가격을 회복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는 공급량, 투자수요 감소, 관리비와 보험료 부담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격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익을 본 사람들은 오래 보유했다
흥미로운 것은 집을 팔아 이익을 남긴 사람들의 보유기간이다.
이익을 본 매도자의 주택 보유기간은 중간값 기준 10.4년으로 역대 가장 길었다.
반면 손해를 보고 매도한 사람들의 보유기간은 약 4.3년이었다.
이는 최근 주택시장 침체가 시작된 이후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오래전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그동안 누적된 집값 상승분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 최근 가격 하락을 견딜 여지가 더 크다.
쉽게 말해 2010년대 초반이나 그 이전에 집을 구입한 사람과 최근 몇 년 사이 높은 가격에 집을 구입한 사람의 상황이 상당히 다른 것이다.

그래도 전국 곳곳에서 손실 매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격차도 상당했다.
남섬의 팀아루와 고어에서는 손해를 보고 매도한 거래 비율이 각각 1.8%에 불과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집값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는 최근의 가격 조정이 매도자의 원금 손실로 이어지는 정도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오클랜드처럼 과거 집값이 크게 상승했고 최근 몇 년간 가격 조정폭도 컸던 지역에서는 손실 매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당분간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집값은 언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까.
데이비슨은 단기간에 뚜렷한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모기지 금리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시장에는 매물도 많다.
다만 그렇다고 집값이 앞으로 크게 추가 하락할 가능성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 가격이 상당 기간 조정되면서 주택 구입 가능성(affordability)은 과거보다 상당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뉴질랜드 주택시장은 급격한 상승이나 폭락보다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이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다.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어려운 시간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반드시 ‘집값이 떨어진 사람’만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이다.
집값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버틸 여지가 있지만, 실직이나 이혼, 이주, 투자용 부동산 처분, 높은 대출 상환 부담 등으로 매도를 미룰 수 없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바이어스 마켓이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다행히 고용시장이 비교적 버텨주면서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대규모 강제매각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데이비슨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주택 소유자의 부담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최근 높은 가격에 집을 구입했고, 보유기간이 짧으며, 대출 비중이 높은 소유자라면 현재 시장에서 집을 팔 때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Cotality 통계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단순히 ‘뉴질랜드 집값이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다.

주택시장이 장기간 약세를 이어가면서 이제 그 충격이 실제 매매 손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전국적으로 동일하지 않다.
오클랜드와 웰링턴, 특히 아파트 시장처럼 최근 가격 조정에 취약한 지역에서는 매도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뉴질랜드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는 결국 모기지 금리, 고용시장, 주택 공급량, 구매력 회복 정도가 될 전망이다.
당분간은 매도자보다 매수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에 팔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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