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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 탐사 공약, 전문가들 "성과 불확실한 고위험 투자"

New Zealand First has announced an oil and gas exploration policy. Source: RNZ
New Zealand First has announced an oil and gas exploration policy. Source: RNZ

  • 노르웨이급 자원 발견 장담 어려워

  • 에너지 안보 강화 효과도 제한적


뉴질랜드제일당(New Zealand First·NZ First)이 총선 공약으로 발표한 10억 달러 규모의 석유·가스 탐사 투자 계획에 대해 에너지·자원 분야 전문가들이 잇따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원 발견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고, 설령 새로운 유전을 찾더라도 뉴질랜드의 에너지 자립과 연료 안보를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당수는 선거 캠페인 출정식에서 '국가 지하자원 개발 조사(National Subsurface Development Survey)'를 추진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해저 석유·가스는 물론 지열(Geothermal)과 이산화탄소 저장(Carbon Capture Storage·CCS) 가능 지역까지 조사해 국가 차원의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피터스 대표는 뉴질랜드 해저에 노르웨이 수준의 에너지 자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대규모 상업적 유전이 발견될 확률도 9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90% 성공 가능성 근거 불분명"

하지만 와이카토대학교 에너지·천연자원법 교수인 배리 바튼(Barry Barton)은 이 같은 수치의 근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단계에서는 '매장량(reserves)'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탐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실제 상업적으로 개발 가능한 자원이 발견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10억 달러 투자 역시 실제 석유를 생산하는 단계가 아니라 탐사의 출발점에 불과하며,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튼 교수는 "탐사 자료를 확보한 뒤 실제 시추가 가능한 후보지를 선정하고, 이를 개발 가능한 유전으로 입증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과 막대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며 "10억 달러를 투자하기에는 매우 위험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유전을 찾아도 상업성은 또 다른 문제

설령 대규모 자원이 발견되더라도 경제성이 확보된다는 보장은 없다.


피터스 대표가 언급한 남섬 남쪽 그레이트 사우스 분지(Great South Basin) 역시 석유보다 천연가스 비중이 높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생산된 가스를 육상으로 운송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반시설 구축이 또 다른 과제가 된다.



바튼 교수는 "뉴질랜드에서 발견된 기존 자원 상당수는 석유보다 가스 비중이 높았다"며 "남극해 인근처럼 먼 해역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된다 해도 이를 육상으로 가져와 활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10억 달러라면 단열이나 재생에너지 투자 효과 더 커"

전문가들은 같은 예산이라면 석유 탐사보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나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바튼 교수는 "주택 단열 개선은 화려한 정책은 아니지만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국민 생활환경을 개선하며 고용도 창출할 수 있는 확실한 투자"라고 말했다.



또한 뉴질랜드는 이미 풍력, 수력, 지열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뉴질랜드가 에너지 빈국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지속성도 걸림돌

캔터베리대학교 토목공학과 데이비드 뎀프시(David Dempsey) 교수는 국가 차원의 자원 탐사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여러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크게 달라지는 점이다.



그는 "석유·가스 산업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사업인데 뉴질랜드는 정권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한 뉴질랜드는 현재 국내 정유시설이 없어 원유를 생산하더라도 정제 과정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 확대와 산업의 탈탄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석유와 가스 수요 자체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열·탄소 저장 분야는 긍정적 평가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에 포함된 지열 개발과 이산화탄소 저장(CCS) 확대 계획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뎀프시 교수는 뉴질랜드가 세계적인 지열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력 생산뿐 아니라 온실 재배와 지역난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CCS 기술은 향후 뉴질랜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튼 교수 역시 기존 지열 탐사 자료가 상당 부분 존재하지만, 최근 탐사 기술이 크게 발전한 만큼 추가 조사를 통해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찾는 것은 의미 있는 투자라고 평가했다.


정책 실현 여부는 총선 이후 결정

NZ First는 이번 정책을 통해 에너지 안보 확보와 국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상업적 자원 발견 가능성, 개발 비용, 정책 지속성, 국제 에너지 시장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석유·가스 산업이 뉴질랜드 경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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