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기준금리 2.75% 동결
시장 예상 뒤집은 ‘4대 3’ 표결

경제학자들 인상 전망에도 동결 결정
연말 물가상승률 4.4% 예상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둬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기준금리(OCR)를 2.75%로 동결했다. 금융시장과 경제학자들이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통화정책위원회가 4대 3으로 동결을 결정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중앙은행은 연료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경기 회복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뉴질랜드 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발표 직후 약 1센트 가까이 하락해 미화 56센트 아래 수준으로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RBNZ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올해 12월 분기에 4.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주로 최근 연료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으로, 국제 유가와 정제 연료 가격의 변동성이 커 단기 물가 전망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는 2%다. 위원회는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물가 압력에 언제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위원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
총재 포함 4명은 동결, 내부 위원 3명은 인상 지지
이번 표결에서는 안나 브레먼 RBNZ 총재가 외부 위원 3명과 함께 금리 동결에 찬성했다. 반면 중앙은행 내부의 고위 관계자 3명은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위원회는 물가 전망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위험 요인의 중요성과 통화정책 대응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고 밝혔다.

RBNZ는 앞서 9월 통화정책 발표에서 이전 금리 인상의 효과와 경제 전망을 평가하기 위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위원회는 앞으로 경제 상황에 따라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 조치는 경제 전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다음 통화정책 발표가 예정된 12월로 옮겨가고 있다.

연료비 상승과 소비 부진 사이에서 고민
중앙은행이 직면한 과제는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압력과 여전히 부진한 가계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RBNZ는 가계 지출이 약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부 전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면서 일부 기업은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지속되면 기업과 가계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임금과 상품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뉴질랜드 경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수출 호조가 고용과 소득, 가계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거나 세계 경제가 악화할 경우 경기 회복세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국내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위원회 회의 기록에 따르면 브레먼 총재와 외부 위원 프라산나 가이는 특히 세계 경제 전망이 빠르게 변할 경우 뉴질랜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경제학자들 “12월 인상 가능성 높아”
경제학자들은 이번 동결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다. 인포메트릭스의 브래드 올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발표가 국내 경기 회복과 세계 경제에 미칠 위험을 강조하는 등 예상보다 완화적인 기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ANZ의 샤론 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정이 근소한 차이로 내려진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 물가 전망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지표가 견조한 데다 3분기 근원물가 지표도 상승세로 돌아선 점을 고려하면, 0.25%포인트 인상이 더 신중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위원은 세계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을 포함한 하방 위험을 살펴보기 위해 앞으로 6주 동안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졸너는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다음 단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ANZ는 OCR이 내년 초 추가 인상을 거쳐 3.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ASB와 웨스트팩의 경제학자들도 12월 인상 가능성을 전망했으며,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12월 인상 확률을 약 75%로 반영했다.

정부와 야당, 경제 책임 놓고 공방
국민당의 니콜라 윌리스 재무 담당 대변인은 낮은 기준금리가 이전 정부의 재정 운용과 현재 정부의 지출 관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당 정부의 지출 억제와 재정 관리가 물가와 금리에 가해지는 정부 지출 압력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윌리스는 노동당·녹색당·마오리당·오퍼튜니티로 구성될 수 있는 연립정부가 지출과 차입을 늘려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국민당 측의 정치적 주장으로,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 자체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은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경기 회복을 위협할 수 있는 급격한 긴축을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연료 가격과 근원물가, 소비 지출, 세계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12월 기준금리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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