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태양광 패널, 농업의 새 가능성
“채소도 키우고 전기도 생산”

스웨덴 연구진, 마젠타색 반투명 태양광 패널 아래서 브로콜리 재배…전력 생산과 농업을 한 땅에서
뉴질랜드 채소 재배농가가 같은 농지에서 채소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태양광 발전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검은색이나 짙은 청색 태양광 패널 대신 특정 색상의 반투명 태양광 패널을 농작물 위에 설치하는 방식이 뉴질랜드 농업에 상당한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빅토리아대학교 공학·컴퓨터과학부의 Ramesh Rayudu 부교수는 컬러 태양광 패널 기술이 뉴질랜드 채소 재배농가에 “엄청난 잠재력(tremendous potential)”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스웨덴 연구진이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 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게재됐다.
마젠타색 패널 아래서 자란 브로콜리
연구진은 기존 태양광 패널의 문제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짙은 색 태양광 패널은 대부분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래쪽 농작물에 도달하는 햇빛을 지나치게 차단한다. 농작물이 필요한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성장과 수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빛의 일부는 전력 생산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농작물에 통과시키는 반투명 태양광 패널을 개발해 실험했다.

특히 마젠타색 계열의 패널을 브로콜리 재배에 적용한 결과, 브로콜리가 패널 아래에서도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성장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연구에서 패널 아래에서 자란 브로콜리는 일반적인 조건에서 재배한 브로콜리보다 완전히 성장하는 데 약 25일이 더 걸렸고, 일부 미량영양소의 함량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컬러 태양광 패널을 즉시 농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땅에서 ‘식량+전기’ 생산
Rayudu 부교수는 이번 연구가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농지를 식량 생산과 에너지 생산에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접한 뒤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아이디어 자체가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하다.
태양광 패널이 들어오는 햇빛의 일부를 흡수해 전기를 생산하고, 나머지 일부는 패널을 통과해 아래에서 자라는 농작물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농업형 태양광(agrivoltaics)’의 새로운 형태로 볼 수 있다.
농부 입장에서는 별도의 발전용 토지를 확보하지 않고 기존 농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가 전기요금 절감 또는 전력 판매 가능
뉴질랜드 농가에서는 상당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관개시설, 냉장·저장시설, 펌프, 온실 및 각종 농업 장비를 운영하는 데 전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Rayudu 부교수는 컬러 태양광 패널이 상용화된다면 채소 재배농가가 직접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전기요금을 줄이거나 남는 전력을 전력망에 판매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지 않은 농가라면 농작물 재배를 포기하지 않고도 태양광 발전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기술에는 중요한 경제적 문제가 있다.
전력 생산량 감소가 변수
반투명 패널은 농작물에 빛을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존 태양광 패널보다 전력 생산량이 낮을 수 있다.

결국 농부가 태양광 발전으로 얻는 수익과 패널 아래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가치 사이에서 경제성이 결정된다.
Rayudu 부교수는 전력 가격과 브로콜리 가격 등에 따라 줄어든 전력 생산량을 보상하기 위해 헥타르당 약 1.2~3.2톤의 추가 브로콜리 생산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서 줄어드는 전력 생산량보다 농업 생산과 전력 판매를 합친 전체 수익이 더 커야 실제 농가에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브로콜리만 대상은 아니다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컬러 태양광 패널의 활용 가능성이 브로콜리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Rayudu 부교수는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양배추, 콜리플라워, 당근 등 다양한 채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작물마다 필요한 빛의 양과 파장, 생육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색상의 태양광 패널이 모든 작물에 동일하게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는 작물별 최적 색상과 투과율, 패널 설치 높이, 지역별 일조량, 전력 생산량, 수확량 및 농산물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도 중요한 이유
캔터베리대학교 전력 연구 엔지니어 Sharee McNab은 식량 생산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수행할 방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에서도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이 확대되면서 전력 생산을 위한 토지와 식량 생산을 위한 농지 사이의 경쟁이 점점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질랜드는 농업과 원예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생산성이 높은 농지를 대규모 발전시설로 전환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기술은 의미가 크다.
컬러 반투명 태양광 패널이 상용화될 경우 농지를 단순히 ‘농업용’ 또는 ‘발전용’으로 나누는 대신, 하나의 토지에서 식량과 전력을 동시에 생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이 가능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연구는 초기 단계다. 브로콜리의 성장 기간이 길어지고 일부 영양소가 감소하는 문제가 확인된 만큼, 농작물 생산량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결국 이 기술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태양광 패널 아래에서도 채소가 자라는가”가 아니라 “농부에게 실제로 경제적인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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