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 데려오더니 이제는 떠나야 하나”
이주 버스기사들, 영주권 제도 개선 촉구

2023년 버스기사 부족 때 해외 인력 대거 채용…일부 이민자들 “IELTS 6.5 너무 높아”
2024년 4월 이후 신규 버스기사에는 기존 영주권 경로 폐지…기존 대상자들도 영어 기준 부담 호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각한 버스기사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해외에서 채용됐던 이민 버스기사들이 영주권 제도의 변경과 영어시험 기준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화요일 오클랜드 테 코미티탕가 광장(Te Komititanga Square)에서는 이민 버스기사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버스기사들의 체류 및 영주권 경로를 둘러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영어능력 기준이다.
2023년 당시 정부는 버스기사와 트럭기사 등 운송 분야의 심각한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Transport Sector Agreement를 도입했다. 당시 적격 버스기사에게는 뉴질랜드에서 2년간 근무한 뒤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됐다.

버스기사 부족 해결 위해 해외 인력 채용
팬데믹 이후 대중교통 업계는 심각한 운전기사 부족을 겪었다.
오클랜드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는 운전기사 부족으로 버스 운행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랐고, 해외에서 버스기사를 모집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2023년 도입된 운송 분야 협약에 따라 적격 버스기사에게는 2년 근무 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Work to Residence 경로가 제공됐다.
당시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대중교통 등 핵심 인프라 분야의 인력 부족을 완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뉴질랜드 내 인력 양성과 근로조건 개선을 추진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해외에서 뉴질랜드로 온 버스기사들에게는 단순한 취업 기회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일부 기사들은 “2년 동안 일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하지만 이후 이민제도가 변경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큰 장벽은 IELTS 6.5
현재 기존 Transport Work to Residence 경로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영어 능력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영어시험 기준은 IELTS 6.5 또는 이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Immigration New Zealand도 Transport Work to Residence 비자 신청 조건 가운데 영어로 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이민 버스기사들에게 이 기준이 상당히 높은 장벽이라는 점이다.

집회를 조직한 Union Network of Migrants의 맥스 산티아고(Max Santiago)는 많은 버스기사들이 대학 졸업자가 아니며, IELTS 6.5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부 기사들은 이미 여러 차례 영어시험에 도전했지만 필요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RNZ가 앞서 보도한 사례에서도 한 버스기사는 PTE와 IELTS 시험을 여러 차례 치렀지만 영주권에 필요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에서 오클랜드대학교 영어교육 전문가는 IELTS가 읽기·쓰기·듣기·말하기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인 만큼, 실제 버스기사 업무에서 주로 사용하는 영어능력과 시험에서 요구하는 영어능력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객과 매일 영어로 이야기하지만 시험은 어렵다”
버스기사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직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버스기사는 승객의 질문에 답하고, 요금이나 교통카드 사용을 안내하며, 운행 중 다양한 상황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영어와 IELTS 같은 표준화 시험에서 요구하는 영어는 평가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IELTS 6.5는 일상적인 의사소통 능력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읽기와 쓰기 능력까지 상당한 수준을 요구한다.
다만 Immigration New Zealand는 이 영어 기준이 특정 버스기사에게만 적용되는 별도의 기준이 아니라 숙련 이민 경로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설명해 왔다.
더 큰 문제는 2024년 제도 변경
버스기사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영어시험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2024년 4월 7일부터 버스기사의 Transport Work to Residence 제도에 중요한 변경을 시행했다.
해당 날짜 이후 새로 Accredited Employer Work Visa(AEWV)를 신청한 버스기사와 특정 조건의 신규 근무자는 기존 Transport Work to Residence 영주권 경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반면 2024년 4월 7일 이전에 이미 AEWV를 보유했거나 해당 시점 이전에 신청한 뒤 승인된 사람 등은 기존 영주권 경로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예외가 마련됐다.
즉, “2023년에 버스기사로 뉴질랜드에 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람이 같은 영주권 자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비자 종류와 신청 시점, 고용주, 근무기간 등 구체적인 이민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왜 제도를 바꿨나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2023년 Transport Sector Agreement는 심각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한시적인 성격의 제도였다.
이후 정부는 해외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뉴질랜드 내 인력의 채용과 유지, 근로조건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2026년 2월 공개된 Greater Wellington의 관련 자료에서도 버스기사 대상 Transport Work to Residence 제도가 2024년 4월 신규 신청자에게 폐지됐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자료에는 기존 대상자의 경우 24개월 근무와 임금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기존 경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정리돼 있다.
또 정부 자료에서는 현재 해외 버스기사의 AEWV 채용은 가능하지만, 신규 버스기사에게 기존과 같은 영주권 경로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뉴질랜드의 일부가 됐다”
2023년 뉴질랜드로 온 버스기사 가운데 라이언 드 구즈만(Ryan de Guzman)은 자신과 동료들이 뉴질랜드 사회에 이미 상당 부분 정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버스기사들이 대학 졸업자가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자 수준의 학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일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취지로 말했다.
버스기사들에게 영주권 문제는 단순히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주해 집을 마련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며 지역사회에 정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비자가 만료되면 가족과 함께 다시 다른 나라로 이주해야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한 번 이주해야 하는 상황”
집회를 조직한 산티아고는 현재 상황이 많은 이민 버스기사와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기간 뉴질랜드에 거주한 가족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주거와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등 삶의 기반 전체를 옮겨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사들의 취업비자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 문제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각 운전자의 비자 만료 시점과 향후 체류 가능 여부는 개인의 비자 조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2028년에 모두 뉴질랜드를 떠나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이민법상 AEWV의 체류기간과 추가 비자 신청 가능 여부도 개인의 직업, 고용주, 비자 신청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버스기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영어 폐지’보다 현실적인 기준
집회 참가자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영어 능력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라기보다 버스기사 업무에 맞는 현실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버스기사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승객 응대와 안전 관련 의사소통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거나, 일정 수준의 뉴질랜드 근무 경력과 실제 영어 사용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영어시험을 둘러싼 논쟁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대중교통 운전기사에게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승객 안전과 서비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영어능력 자체는 중요한 요건이다.
그러나 반대로 실제 직장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근로자가 학업 중심의 표준화 시험 때문에 영주권 기회를 잃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영어 요건의 필요성 자체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능력을 측정하고, 이미 뉴질랜드에서 장기간 근무한 사람들의 경험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있다.
“우리를 필요로 했던 시기와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팬데믹 이후 급격했던 노동력 부족 상황과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반면 이민 버스기사들은 자신들이 뉴질랜드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정부와 운송업계의 모집에 응해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제도가 바뀌더라도 이미 뉴질랜드에서 수년간 일하고 세금을 내며 지역사회에 정착한 기존 이민자들에게는 별도의 전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중교통은 고령자와 장애인, 자동차를 운전하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중요한 생활 기반이라는 점에서도 이 문제는 단순한 이민정책을 넘어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다.
집회 현장에서 자신을 67세 은퇴자로 소개한 패트릭 오디아(Patrick O'Dea)는 버스기사들에게 직접 감사를 전했다.
그는 더 이상 운전할 수 없고 가족을 만나러 갈 때 버스에 의존한다며, 버스기사들이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와 지역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
현재 뉴질랜드의 Transport Work to Residence 비자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버스기사에게 적용되는 자격은 2024년 4월 이후 크게 제한됐다.
기존 대상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뉴질랜드에서 24개월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정해진 임금과 고용조건을 충족하는 등 여러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또한 영어, 건강, 신원·성품 등 다른 이민 요건도 적용된다.
따라서 2023년에 입국한 버스기사라 하더라도 자신의 비자 발급일과 현재 비자 종류, 24개월 근무요건 충족 여부, 영어시험 결과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집회가 요구하는 제도 개선이 실제 정책 변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건너온 이민 버스기사들이 이제는 “우리가 뉴질랜드에서 계속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들에게 영주권 문제는 단순한 비자 문제가 아니라, 이미 뉴질랜드에서 만들어 놓은 가족과 직장, 주거와 지역사회라는 삶의 기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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