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공부하고 빚 10만 달러”…무급 실습에 이탈
“돈 때문에 포기합니다”…무급 실습에 상담학도들 줄줄이 이탈

뉴질랜드에서 상담사(counsellor)를 꿈꾸는 학생들이 무급 실습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담학 과정 학생들은 대학원 과정에서 실제 내담자를 대상으로 장시간 실습을 해야 하지만, 상당수 실습이 무급으로 진행되면서 생활비와 학비, 육아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상담 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가운데 최근 조사에서는 현직 전문 상담사의 5명 중 1명 이상이 앞으로 2년 안에 은퇴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직업을 떠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 상담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좋은 상담사가 될 사람들도 돈 때문에 포기”
매시대학교(Massey University)에서 상담 및 가이던스 대학원 디플로마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한 학생은 ‘제임스’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경제적인 이유로 과정을 포기하거나 석사과정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 석사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실제 내담자를 대상으로 최소 200시간의 상담 실습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실습이 무급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는 상담사로서 아직 완전히 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식 상담사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실습 기간 동안 전혀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담사가 되고 싶고 훌륭한 상담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 200명에서 30명으로
또 다른 상담학 학생도 무급 실습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학생에 따르면 과정 초기에 온라인 강의에 참여한 학생은 약 200명이었지만 현재는 약 30명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실습 기간 동안 유급 일자리를 병행하기 어려운 것이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키우면서 상담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 학생은 무급 실습과 학자금 대출 부담이 겹치면서 학업을 계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담학 과정을 마칠 때까지 약 10만 달러의 학자금 부채를 떠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약 4년 동안 제대로 된 소득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 인력 부족 속 대기자 명단은 증가
상담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상담사협회(Association of Counsellors)의 2026년 상담 인력 보고서(Counselling Workforce Report)에 따르면, 상담학 학생 가운데 거의 4분의 1이 실습 장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실습에 요구되는 사실상 전일제 수준의 시간 투입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 양육이나 다른 일을 병행하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더욱 큰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 관계자인 유진 데이비스(Eugene Davis)는 상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지만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담을 기다리는 가족과 개인들의 대기 명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상담사라는 직업이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실제 유급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졸업 후에도 ‘취업·감독 비용’ 부담
상담학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졸업과 동시에 끝나는 것도 아니다.
2026년 상담 인력 보고서에 따르면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가장 큰 걱정거리로 취업을 꼽았으며, 약 46%는 의무적으로 필요한 전문 감독(supervision) 비용을 우려했다.
데이비스는 상담학 교육에서 유급 근무로 이어지는 경로를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습 단계부터 졸업 후 취업까지 학생들이 경제적 이유로 이탈하지 않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왜 심리학 인턴십은 지원되고 상담 실습은 다른가
학생들은 비슷한 정신건강 분야인 심리학 과정의 인턴십에는 재정 지원이 제공되는 반면 상담학 실습에는 같은 수준의 지원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Health New Zealand의 로빈 셰어러(Robyn Shearer)는 Health NZ가 심리학 인턴십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지만 상담학 학생의 실습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심리학 인턴은 일정 수준의 전문 등록을 갖추고 감독 아래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상담학 학생의 실습은 학위 과정의 일부로 이뤄지는 학생 교육이라는 것이다.
다만 Health NZ 역시 학생 실습이 일부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여러 서비스 분야에서 학생 실습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담학 학생을 위한 실습 기회는 서비스 수요와 감독 인력, 교육 요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시대 “상담 석사과정 중도 탈락률 매우 낮아”
매시대학교 측은 상담 석사과정의 중도 탈락률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학생이 과정을 중단하는 경우도 대체로 개인적인 특별한 사정 때문이며, 이후 1~2년 안에 다시 과정에 복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현재 상담 석사과정 학생들의 실습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과 실습기관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학생이 자원봉사 형태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습기관은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고, 학생은 실제 상담 경험을 쌓는 상호협력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학비·생활비 지원 제도 이용 가능”
고등교육 담당 페니 시먼즈(Penny Simmonds) 장관은 대학과 고등교육기관이 교육과정과 실습, 장학금 등을 결정할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학 교육에 따른 경제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학비 보조와 학자금 대출, 학생수당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급 실습을 하는 학생의 경우 조건에 따라 학생수당이나 학자금 대출의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주거 지원이나 장학금 등 추가적인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담학 학생들과 관련 단체들은 상담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기 전에 교육 과정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보다 체계적인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상담 인력 부족과 서비스 대기자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가운데, 무급 실습 문제를 포함해 학생들의 교육에서 실제 유급 상담사로 진입하기까지의 경로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향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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