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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의뢰 8개월 지연, 결국 말기암으로 사망

9시간 전
4분 분량

가족력 있는 환자, 복통·위장 증상·체중 감소 계속됐지만 8개월간 전문의 의뢰 지연


 

  • HDC “전문의 의뢰할 기회 여러 차례 놓쳐”

  • 의사와 의료센터에 개선 권고

 

한 환자가 복통과 위장 증상, 체중 감소 등을 반복적으로 호소했음에도 전문의 진료 의뢰가 약 8개월간 지연된 끝에 4기 위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건·장애위원회(Health and Disability Commissioner·HDC)는 해당 환자를 진료했던 수련 2년 차 일반의가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전문의에게 의뢰했어야 했다며 환자 권리 규정(Code of Health and Disability Services Consumers’ Rights)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환자의 가족력이었다. 환자는 진료 초기부터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가 두 차례 유방암을 앓았으며, 자매는 폐암으로, 아버지는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는 가족력도 의료진에게 알려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증상이 악화되는 동안 전문의 의뢰가 여러 차례 미뤄졌다.


 

2022년 1월부터 반복된 복통과 체중 감소

HDC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58세였던 여성은 2022년 1월 14일부터 11월 11일까지 여러 차례 지역 의료센터를 방문했다.

 

주요 증상은 지속적인 복통과 위장 관련 문제, 체중 감소였다.

 

첫 진료에서 담당 의사는 이미 위장병 전문의(gastroenterology)에게 의뢰할 필요성을 검토했다. 환자 역시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사망한 사실 때문에 자신도 암에 걸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의사는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 위장 질환과 관련이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 검사를 요청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위장병 전문의에게 의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자가 초음파 검사를 받지 못하면서 계획했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이후에도 증상은 계속됐다.


 

의뢰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환자는 이후에도 네 차례 추가로 진료를 받았지만, 담당 의사는 전문의 의뢰를 바로 진행하지 않았다. HDC는 이 기간 동안 전문의에게 의뢰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전문의 의뢰가 이뤄진 것은 2022년 9월 12일이었다. 첫 진료 이후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사이 환자의 증상은 계속 악화됐다.

 

10월 초음파에서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위벽”

2022년 10월 시행된 복부 초음파에서는 심각한 이상이 발견됐다. 검사 결과에는 “현저하게 비정상적인 위(stomach)와 전반적으로 두꺼워진 위벽”이 관찰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위내시경과 조직검사, CT 촬영 등이 진행됐다. 그리고 11월 11일 담당 의사는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직접 설명해야 했다. 결과는 암이었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환자는 이후 위암 4기(stage 4 stomach cancer) 진단을 받았고, 결국 2023년 5월 세상을 떠났다.

 

의사 “어떻게 가해자이면서 위로하는 사람이 될지 몰랐다”

HDC 보고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암 진단 결과를 환자에게 전달하던 순간의 상황이다.

 

담당 의사는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검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어떤 말이나 위로를 건네는 것이 오히려 이미 긴장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사실상 침묵을 선택했다.

 

의사는 자신이 “어떻게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위로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몰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자신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HDC에 따르면 해당 의사는 자신의 판단 부족과 진단 지연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으며, 환자에게 발생한 고통에 대해 사과했다.

 

HDC “합리적인 주의와 기술을 갖춘 진료 아니었다”

HDC의 Deputy Health and Disability Commissioner인 Vanessa Caldwell은 이번 사건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전문의 의뢰를 할 수 있었던 여러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담당 의사가 환자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주의와 전문적 기술을 갖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Code의 Right 4(1)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Right 4(1)은 환자가 적절한 수준의 주의와 기술(reasonable care and skill)을 갖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와 관련된 규정이다.

 

HDC는 과거에도 적절한 시기에 전문의 의뢰나 검사 결과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들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예를 들어 HDC는 다른 사건에서 전문의 의뢰 지연이 환자의 치료 지연으로 이어진 사례에 대해 Right 4(1) 위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후배 의사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이번 사건에서 HDC는 담당 의사 개인의 책임만 지적하지 않았다.

 

해당 의사가 당시 일반의 수련 과정 2년 차의 주니어 의사였다는 점을 고려해, 그가 근무했던 의료센터에도 후배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지원 체계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수련 중인 의사가 복잡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진료하면서 전문의 의뢰 여부를 판단할 때 충분한 감독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는지를 의료기관 차원에서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다.

 

의료센터 역시 이후 시스템을 개선했다.

 

환자의 후속 진료 내용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진단이 어려운 사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주간 임상회의도 마련했다.


 

의사도 진료방식 변경

해당 의사는 이번 사건 이후 자신의 진료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의 의뢰를 결정하는 과정과 환자에게 앞으로 어떤 검사를 진행하고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개선했다고 했다.

 

HDC는 해당 의사에게 환자 가족과 이번 민원을 제기한 환자의 친구에게 서면 사과문을 전달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사건과 관련된 보고서 일부는 뉴질랜드 의료위원회(Medical Council of New Zealand)에도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이 남긴 교훈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아니라는 점이다.


 

환자는 여러 차례 의료기관을 찾았고, 복통과 위장 증상, 체중 감소라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으며 가족력까지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전문의 의뢰가 여러 차례 미뤄졌고, 결국 위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진단이 이뤄졌다.

 

다만 의료사고 사건에서는 진단이 더 일찍 이뤄졌다면 환자의 생존 여부가 반드시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HDC의 이번 판단 역시 특정 시점에 전문의 의뢰가 이뤄졌어야 했는지, 의료서비스가 합리적인 수준의 주의와 기술을 충족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번 사건은 특히 수련 중인 의사가 환자의 증상이 계속 악화될 때 “조금 더 지켜보자”는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 상급 의료진이나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또한 환자 입장에서도 반복되는 증상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 등이 계속된다면 진료 과정에서 자신의 증상 변화와 가족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 의뢰나 추가검사 계획을 의료진에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HDC가 의료센터에 주니어 의사 지원체계를 재검토하도록 한 것도 의미가 있다.

 

환자 안전은 한 명의 의사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진단을 함께 논의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전문진료로 연결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 전체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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