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노숙 중이던 키위…숙소 대신 귀국 항공권?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 약 2년 동안 노숙 생활을 해온 뉴질랜드 시민에게 현지 임시 숙소 대신 뉴질랜드행 항공권이 제공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NSW 정부의 주거 담당 기관인 Homes NSW는 뉴질랜드인 마크 허드슨(Mark Hudson·53) 씨를 호주 내 숙소에 연결하는 대신,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정부 예산으로 마련된 항공권의 비용은 1,797호주달러(약 2,239뉴질랜드달러)였다.
허드슨 씨는 자신이 호주에서 18년 동안 거주했으며 영주권자라고 주장하면서, 오클랜드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비행기 타겠느냐고 압박”
허드슨 씨는 뉴사우스웨일스주 워가워가(Wagga Wagga)의 머럼비지강(Murrumbidgee River) 인근에서 약 2년 동안 텐트 생활을 해왔다.
그는 현지 Homes NSW 담당자가 임시 숙소를 마련하기보다 뉴질랜드행 항공편을 반복적으로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허드슨 씨는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담당자가 먼저 뉴질랜드행 항공권을 제안했으며, 여러 차례 “비행기를 타겠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워가워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에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당시 손녀를 맡아 돌볼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함께 지내고 있던 반려견도 있었다는 것이다.
허드슨 씨는 “워가에 머물고 싶었다”며 자신에게 항공권을 제시한 방식이 사실상 압박처럼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오클랜드행 항공권 예약했지만 항공편 취소
Homes NSW는 결국 허드슨 씨를 시드니를 경유해 오클랜드로 보내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항공권 비용은 1,797호주달러였다.
그러나 항공사가 국제선 구간을 취소하면서 실제 출국은 이뤄지지 않았다.
허드슨 씨에 따르면 이후 Homes NSW 관계자들은 항공편을 다시 예약하기 위해 연락을 계속해왔다.

그는 당시 손녀를 돌보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 일정을 다시 잡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허드슨 씨에게는 현지에서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제안됐다.
NSW 정부 “뉴질랜드 귀국 논의 먼저 시작해”
Homes NSW 측은 허드슨 씨의 주장과는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기관 측은 허드슨 씨가 뉴질랜드 시민권자로서 사회주택(social housing)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할 경우 항공료 등 여행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Homes NSW 대변인은 허드슨 씨가 뉴질랜드에 있는 가족을 이유로 귀국에 관한 논의를 먼저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허드슨 씨가 뉴질랜드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사회주택 대상은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의 숙소를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허드슨 씨는 자신이 먼저 뉴질랜드행을 요청했다는 정부 측 설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담당자로부터 항공권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영주권 여부 확인 문제도 쟁점
이번 사건에서 또 다른 쟁점은 허드슨 씨의 호주 체류 자격이다.
허드슨 씨는 자신이 호주에서 18년 동안 생활해온 영주권자이며 임시 숙소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Homes NSW는 호주 정부의 Visa Entitlement Verification Online(VEVO) 시스템에서 그의 체류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관은 허드슨 씨를 뉴질랜드 시민권자로 보고 사회주택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질랜드 시민권자는 호주에서 특별범주비자(Special Category Visa)를 통해 체류할 수 있으며, 일부 상황에서는 긴급 주거 지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허드슨 씨는 과거 호주에서 약 6개월 동안 Centrelink 지원금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이후 지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가족과 가까워지려다 노숙 생활
전직 트럭 운전사이자 농장 관리자로 일했던 허드슨 씨는 가족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워가워가로 이주했다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노숙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약 2년 동안 강변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해왔다.
그의 사례가 알려진 시점은 워가워가 당국이 강변 노숙자 캠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때와 겹쳤다.
해당 지역에서는 지난 5월 캠프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당국이 거주자들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퇴거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1,100호주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통지도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지원”과 “주거 지원” 사이 논란
이번 사건은 해외에서 장기간 거주한 뉴질랜드 시민이 주거 위기에 처했을 때 호주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NSW 정부는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본국 귀국을 위한 여행비를 지원하는 것은 가능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허드슨 씨는 자신이 호주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왔고 현지에 가족 및 생활 기반이 있는 만큼 단순히 뉴질랜드로 돌려보내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는 뉴질랜드행 항공권을 스스로 요청한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반복적으로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례는 호주에서 생활하는 뉴질랜드 시민권자들의 체류 자격 확인, 사회주택 및 긴급 숙소 지원 기준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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