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우연한 집주인’ 늘어난다
집이 안 팔려 결국 임대인으로

매물 철회 후 임대 전환 연간 약 3,000건
“팔리지 않는다고 바로 임대사업 시작하면 안 돼”
주택시장에 이른바 ‘우연한 집주인(accidental landlord)’이 늘고 있다.
집을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하거나 아예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대신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 상황에서 이런 선택이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주택을 임대하는 순간 집주인은 단순히 집을 보유한 사람이 아니라 법적·사업적 책임을 지는 임대인이 된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팔리지 않는 집, 임대시장으로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Cotality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매물로 나왔던 주택이 판매되지 않은 채 매물에서 철회된 뒤 3개월 이내 임대시장에 다시 등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이런 전환 사례는 연간 약 3,000건 수준으로 추정된다.
주택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에는 그 규모가 연간 약 5,500건까지 올라갔다. 이후 시장이 조정되면서 2023년에는 2,000건 아래로 감소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Cotality의 수석 부동산 경제학자 켈빈 데이비슨은 최근의 증가가 과거와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에는 높은 집값 상승과 투자 열기로 인해 부동산 투자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개발업자나 일반 주택 소유자가 원하는 가격에 집을 팔지 못해 임대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로운 집으로 옮겨가야 하는 ‘엄마·아빠 집주인(Mum and Dad landlords)’도 이런 현상에 포함된다.
“팔기 어렵다면 임대라도”…하지만 수익성이 문제
최근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량 자체도 크게 줄었다.
뉴질랜드 부동산협회(REINZ)의 최근 자료에서는 전국 주택 거래량이 전년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장에서는 집주인이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하기보다 일단 임대를 놓고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특히 직장이나 가족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지만 기존 주택을 원하는 가격에 팔지 못하는 경우에는 임대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을 팔지 못했으니 임대하면 된다’는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임대수익이 주택의 실제 가치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Infometrics의 개러스 키어넌 대표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주택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자가 거주용 주택은 중간 가격대 이상에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즉, 자신이 살기에는 좋은 집이라고 해서 임대 투자로도 좋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좋은 집’과 ‘좋은 임대투자’는 다르다
임대 전문 자문업체 Tenancy Advisory의 사리나 기번은 최근 주택을 팔지 못하면서 임대인이 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당장 현금이 필요하지 않아 주택을 보유하면서 향후 가격 회복을 기다리기도 하고,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첫 주택으로 살기에 좋은 집이 반드시 좋은 투자용 주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주택의 매입가격이 높더라도 임차인이 지불할 수 있는 임대료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집값이 비싼 지역의 좋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높은 임대수익률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집을 임대로 전환하기 전에 주택가격 대비 예상 임대료, 모기지 이자, 보험료, 유지·보수 비용, 세금 및 각종 관리비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실제 현금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주택 규정’
무엇보다 처음 집주인이 되는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은 임대 관련 법규와 의무다.
Tenancy Advisory 측은 일부 신규 임대인들이 자신이 거주하던 주택이기 때문에 당연히 임대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임대시장에 내놓는 순간 적용되는 법적 기준과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임대주택에 대해 Residential Tenancies Act(주거임대차법)를 비롯한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임대주택의 보온·난방·환기·습기 및 곰팡이 방지 등과 관련한 Healthy Homes Standards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기존 주택을 급하게 임대시장에 내놓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이나 기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과 분쟁이 발생하거나 Tenancy Tribunal(임대차분쟁조정기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자신이 살던 집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기준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한다.
집주인이 되는 순간 책임도 따라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연한 집주인’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임대료가 얼마인지보다 임대사업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라고 조언한다.
임대인은 임차인과의 계약 관리뿐 아니라 주택의 유지·보수, 관련 법규 준수, 안전 및 건강 기준, 보험, 수리 요청 등에 대응해야 한다.
직접 관리할 수 없다면 전문 부동산 관리업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관리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임대 경험이 없는 집주인에게는 법규와 계약, 임차인과의 의사소통 등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팔지 못한 집’이 새로운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에서 주택을 임대로 전환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이다.
문제는 매도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임대가 더 좋은 선택이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대를 결정하기 전에 최소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지역의 실제 임대료 수준
모기지와 기타 금융비용
보험료와 유지·보수 비용
임대 관련 세금 및 회계 문제
Healthy Homes Standards 충족 여부
Residential Tenancies Act에 따른 집주인의 의무
장기간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
전문 부동산 관리업체 이용 여부
향후 주택을 다시 매도할 경우의 계획

특히 임대수입이 모기지와 각종 비용을 모두 충당하지 못할 경우, 집을 보유하면서 매달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만든 새로운 풍경
주택을 팔지 못해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우연한 집주인’의 증가는 현재 뉴질랜드 주택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던 시기에는 집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투자 기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원하는 가격에 매도하기 어려워 ‘팔 것인가, 보유하면서 임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주택 소유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코치 스티브 구디는 실제로 시장에 공식적으로 매물로 나오지 않는 개발 물량도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개발업자가 여러 채의 신규 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판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만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시장에서 드러나는 ‘미판매 주택’의 규모가 실제보다 작게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임대 전환’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집이 원하는 가격에 팔리지 않을 때 임대로 전환하는 것은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택을 임대하는 순간 단순한 집주인이 아니라 임대사업자로서의 책임과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언젠가 집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생각만으로 임대를 결정하기보다는, 현재 임대료와 비용을 꼼꼼히 계산하고 관련 법규를 확인한 뒤 장기적인 보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뉴질랜드에서 이런 ‘우연한 집주인’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집을 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대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임대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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